자립준비청년 ‘홀로서기’ 도와주는 울산자립지원전담기관

입력 2024-11-29 01:41
지난 9월 울산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보호종료예정 청년들을 대상으로 경제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시는 2020년부터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설치해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및 맞춤형 자립지원서비스 제공, 자립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만나게 된 황미하(22·여)씨는 성인이 된 뒤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조그마한 통신사에서 일을 했지만 퇴사를 하며 통신비, 단말기 할부금, 은행 대출금 등 약 900만원이라는 빚을 지고 있었다.

황씨는 빚을 갚기위해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황씨는 통신사 근무 이력 때문인지 주거급여, 기초생활수급, 의료급여 등의 공적 급여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 자립수당금 40만원으로 모든 금액을 월세로 충당해 당장의 생활비 조차 없었다. 취업에 실패하는 일상이 반복되자 점점 은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씨에게 손을 내민 곳은 울산자립지원전담기관이었다. 울산자립지원전담기관은 황씨를 자립지원통합서비스 대상자로 선정해 약물치료와 함께 탈 고립·은둔 전담인력 선생님에게 연결시키는 등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황씨는 이성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전담기관 담당자에게 털어놨다. 이에 담당자는 황씨에게 LH전세임대주택을 추천했다. 전담기관에서 전세보증금, 이사비용, 주거 물품을 지원해주는 대신 황씨는 병원 진료와 약 복용, 취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등을 약속했다.

전담기관의 이같은 노력으로 황씨의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임대주택으로 이사 후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는 노력을 시작했다.

황씨는 미용기술을 배워 미용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전담기관 담당자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연계시켜줬다. 황씨는 올해 5월 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해 구직촉진수당을 50만원씩 받으면서 미용 기술을 무료로 배우고 있다. 그는 최근 미용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자존감과 큰 성취감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황씨는 “성장 과정에서 가족의 지지와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아 힘들었지만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원 정책들을 활용해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 생활이 안정이 되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가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시는 황씨와 같은 자립준비청년의 홀로서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자립준비기간 전·후를 아울러 그들을 촘촘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립준비청년은 또래에 비해 이른 나이에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은둔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울산시는 2020년부터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설치해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및 맞춤형 자립지원서비스 제공, 자립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울산자립생활관을 만들어 보호종료 아동 중 24세 이하 기초생활수급자 아동에 대한 자립지원에 나서고 있다.

울산에는 올해 기준 120여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시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더 강화하기 위해 2023년부터 ‘보호대상 아동 자립 지원 계획’을 수립해 사업비도 29억원으로 증액했다. 기본생활 보장을 위해 자립정착금을 기존 8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 지원했다. 자립수당도 월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확대해 최대 60개월 동안 지원한다.

또 1인당 월 40만원 범위에서 생활·주거·교육·의료 등 사례관리를 지원하고, 자립준비청년의 탈고립·은둔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해 보호종료 후 5년간 소득·주거·취업·심리 등 영역별 맞춤형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자립준비청년이 도움이 필요할 때 옆에서 도와줄 지원체계 구축해 자립 준비 청년의 안정적인 사회정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