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재해, 전쟁 등 비극적 사건 현장을 체험하는 여행이다. 유적지와 기념관에서부터 전쟁터, 감옥, 재난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같은 장소는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다크 투어 코스로는 일제가 국권을 침탈한 현장을 둘러볼 수 있게 조성한 ‘국치길’이 있다. 남산의 조선 신궁터에서부터 통감관저까지 1.7㎞ 구간으로 국치길임을 알리는 ㄱ자 모양의 안내사인이 있다.
1996년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언 대학의 존 레넌과 말콤 훠리 교수가 제창한 다크 투어리즘은 오락 여행이 아닌 비극적 경험을 관찰함으로써 어두운 역사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다크 투어리즘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 공간의 엄숙함과 그곳에서의 비극을 아파하는 사람들의 기억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최근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가 다크 투어리즘의 새로운 핫스팟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AFP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외국인은 400만명으로 전쟁 초기인 2022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다. 대부분은 사업 목적이지만 ‘전쟁 관광객’도 적지 않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부차와 이르핀 등 러시아가 민간인을 학살한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 상품이 유럽과 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쟁 범죄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이른바 ‘전쟁 관광’은 150~250유로(약 22만~37만 원)에 판매된다.
‘전쟁의 스릴’을 더 강하게 실감하려는 관광객을 위한 우크라이나 남부 투어 상품은 3300유로(약 483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에 다크 투어리즘의 본질이 여행사들의 상업 목적에 가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현지 여행사들은 수익의 일부를 우크라이나군에 기부한다고 주장하지만, 전쟁 희생의 아픔을 또 다른 형태로 상품화한건 아닌지 씁쓸하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