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워킹맘 고용률 증가의 단면

입력 2024-11-29 00:38

62.4%. 지난 4월 기준 워킹맘 고용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 여성의 고용률이다. 1년 전보다 2.4% 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래 최고치다. 워킹맘 고용률이 증가했다는 건 일을 그만두는 워킹맘이 줄었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육아나 출산으로 일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이 늘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통계청의 이 같은 발표에 7살 아이를 둔 워킹맘 A씨가 떠올랐던 건 발표 이후 뒤따른 분석에 괴리감을 느껴서였다. 정부는 출퇴근 시간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유연근로제’나 근로시간을 줄이는 ‘단축근로제’ 등을 예로 들며 이런 정책들이 워킹맘 고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분위기와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일을 그만두는 워킹맘이 줄었고, 고용률 증가로 이어졌을 것이다. 동의한다. 그런데 A씨랑은 상관없는 얘기였다. A씨도 엄연히 통계에 잡힌 한 사람일 텐데 정부를 비롯한 다수의 해석 속에도 그가 다시 취업한 이유는 찾기 어려웠다. 일단 정부가 언급한 정책들은 현재 직장인임을 전제로 한다. 워킹맘 고용률 상승의 한 부분을 차지했을 A씨 같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증가와는 아무래도 관련성이 떨어져 보인다. 물론 정부가 언급하지 않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그러나 이 역시 A씨가 재취업 하는 데 영향을 끼친 요소는 아니었다.

A씨는 올 초 한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낳기 전 무역회사를 다녔던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그랬던 경력 단절 6년여 만에 구직에 나선 건 경제적 이유가 컸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외벌이로는 빠듯함을 느꼈다. 구직이 쉽진 않았다. 예전처럼 정규직은 꿈도 꾸지 않았다. 아이 하원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퇴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현재 다니는 곳은 집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아이 등·하원 시간과 딱 맞았다. 그는 예전 다니던 회사에 비해 고용 안정성도 부족하고 월급도 적지만 그래도 일을 한 다음부터 가계에 조금의 여유를 느낀다고 했다. 사실 워킹맘 고용률 증가의 이면에는 당사자 및 주변인의 희생이 어느 정도 고정값으로 달려 있다. 정부 정책들이 이 값을 조금 덜게 해줬을 순 있지만, 사라진 건 아니다. 정부의 정책 효과라는 얘기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도 이 부분이 드러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A씨는 “육아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뭘 하고 싶었지’ 하는 질문을 던질 때가 온다. 그때 다시 꿈을 좇아 직업을 구하는 이도 분명 있지만, 나처럼 가계 여윳돈이 줄어드는 상황에 일자리로 내몰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워킹맘 고용률은 지난해에도, 2022년에도 그해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그런데 당시엔 정부 정책 등은 부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아이를 키우며 들어가는 비용 충당을 위해 맞벌이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주였다. 1년 만에 앞뒤가 바뀐 건 정부가 그만큼 정책을 잘 펼쳐서일까. 워킹맘 고용률 증가 관련 기사마다 달린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혼자 벌어 살 수 있는 시대는 진즉에 지났다.’ 지금도 맘카페 등에선 외벌이가 힘들어 시간제 알바를 한다는 워킹맘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워킹맘 고용률 증가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추세일 수 있다. 3년째 최고치를 경신하는 숫자에 의미를 두기보단 그 안에 있는 다양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황인호 경제부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