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재곤 (15·끝) “넘치도록 주신 복 이젠 나누며 살겠습니다”

입력 2024-12-02 03:04
김재곤 가마치통닭 대표가 고향 마을에 세운 동산전원교회 근처 저수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서 위에 세워진 인생은 감사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가마치통닭을 소유한 회사인 ‘티지와이’는 ‘땡스 갓 앤 유(Thanks God & You)’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조어다. 하나님과 고객에게 전하는 감사의 메시지를 회사 이름에 담았다. 하루를 열며 늘 하나님과 고객에게 감사기도를 하기 위해 이런 사명을 정했다. 이런 다짐은 늘 감사 경영을 향하는 길을 제시한다.

15살이 되기도 전 부모님을 잃고 가장이 된 건 비극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동력이기도 했다. 난데없는 교통사고에 연루되면서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신앙의 힘으로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하며 성숙했다. 요즘도 늘 잠언 24장 16절의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는 말씀을 되새긴다.

빈손으로 온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걸 얻었다. 이건 모두 내 것이 아니다. 나누는 삶을 살라고 하나님이 주신 것들이다. 가야 할 곳으로 가야 한다.

은퇴 이후에 할 일도 나눔에 맞추고 있다. 장녀가 장애인이다 보니 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장애가 있는 자녀는 온 가족이 24시간 돌봐야 한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은퇴하면 어떤 일보다 먼저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10가정을 선정해 생활비를 지원하고 싶다.

해외 선교사와 농어촌교회 목회자 지원은 이미 시작했다. 이 일도 앞으로 계속할 일이다. 현재 100명 가까운 사역자들을 돕고 있는데 더 많은 분을 지원하고 싶다. 집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집을 지어주고 싶다. 일거리가 없는 이들에게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도 사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들의 자녀 중 신학대에 진학할 때는 전액 장학금도 지원하려고 한다.

억울하게 구치소에 갇혀 있을 때 기드온협회의 성경을 읽으며 용서의 길을 찾았던 기억을 일생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기드온협회를 통해 성경과 만화 전도 책자를 보급하는 일도 관심이 크다. 성경은 죽을 위기에 놓인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아픔과 절망, 고통과 슬픔 속에 빠진 이들을 복음으로 건져내는 일이야말로 보람 있는 사역이 될 것이다.

사업가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주님, 이만큼 채워주시면 이런 봉사를 하겠습니다”라는 기도를 종종 한다. 이런 서원 기도가 기복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크리스천 사업가들에겐 하나의 신앙적 목표가 되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돌아보니 이미 하나님은 내 기도를 넘치도록 채워주셨다. 전도서 말씀처럼 범사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은퇴 직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선교와 봉사 현장을 다니며 주님께서 맡기신 일에 충성하고 싶다.

역경의열매를 시작하면서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내가 받은 은혜의 열매를 나누고 싶었다. 그 메시지가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도 복음 안에서 이만큼 살아냈다는 게 누군가에겐 위로와 용기가 되길 소망한다.

우리는 지금 매우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고난을 유익으로, 고통을 성숙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는 게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어떤 어려움의 순간에도 기도로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 가시길 기도한다. 주 안에서 성령 충만한 삶을 누리시길 바란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