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재곤 (14) “교회를 세우겠습니다”… 7년 만에 지킨 하나님과의 약속

입력 2024-11-29 03:05
김재곤 가마치통닭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전북 고창에 세운 동산전원교회 전경.

돌아보면 편했던 시절이 많지 않았던 인생이었다. 14살 되던 해 부모님을 여의며 시작된 시련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반복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고통의 때가 찾아오면 늘 기도했다는 점이다. 기도는 흔들리는 나를 굳게 세웠고 복음 안에 붙든 기둥이었다. 닭과 만남도 소중하다. 불행 중 만난 닭으로 흥했다. 닭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 종종 생각한다. 어떤 인생이 펼쳐졌을지는 몰라도 평탄하지 못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여정은 주님의 인도하심이 전부였다. 술과 담배, 도박을 끊고 복음에 붙들린 뒤로 나는 ‘선교하는 기업가’를 꿈꿨다. 티지와이를 이끄는 성경 말씀은 “정직한 자의 성실은 자기를 인도하거니와 사악한 자의 패역은 자기를 망하게 하느니라”(잠 11:3)이다. 이 말씀에 따른 사훈은 ‘정직과 성실’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인생이 번번이 바로 설 수 있었던 건 정직했고 성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건 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건 나누는 삶이 아닐까. 나는 해마다 10만 마리의 닭을 전도용으로 기탁하고 있다. 벌써 8년간 해왔다. 농어촌교회를 비롯해 불우이웃과 장애인 기관 등에 닭을 보낸다. 내가 가진 것으로 이웃과 나누는 기쁨이 적지 않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도 작은 일을 하고 있다. 직원 중 자녀를 출산하는 가정에 200만원의 격려금을 전하고 있다. 큰돈은 아니지만 공동체가 새 생명의 탄생을 마음을 모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전하고 있다.

나눔의 시작은 고향 마을에 교회를 세우고자 마음먹으면서 시작됐다. 내 고향은 전북 고창이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 그곳에 교회를 세우기로 서원 기도를 한 게 2010년이었다. 그 시절 기도하면서 반복적으로 교회를 세워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이 생겼다. 하루는 기도하던 중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고향 마을에 교회를 지으라”는 응답을 받았다. 나는 바로 약속했다. “주님, 제가 교회를 세우겠습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이었다. 그 시절 바로 고향으로 가 길옆 2842㎡(860평) 크기의 땅을 샀다. 진입로를 위해 1669㎡(505평)도 별도로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교회가 세워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7년이나 지난 뒤에야 결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난 지 50년 만의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세운 교회가 ‘동산전원교회’다. 고향 마을에는 50명의 주민이 있다. 이들은 선교 대상이다. 교회에는 고영학 목사님이 담임으로 부임하셨다.

나는 시편 23편을 좋아해 늘 암송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