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아들이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것이 얼마나 대견하냐는 기자에게 대답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늘 아들에게 끊임없이 겸손하라.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 네가 잘되는 길이라고 가르칩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되던 마지막 경기에서 그를 득점왕으로 돕는 토트넘 선수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의 축구 비결은 속도도 문전처리기술도 라인브레이킹도 축구지능도 아니라 겸손이었습니다.
오늘의 말씀은 다윗의 기도입니다.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내가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시 39:4)
다윗이 누구입니까. ‘수금을 탈 줄 알고 용기와 무용과 구변(삼하 17:18)’에 능한 사람입니다. 골리앗을 이겨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며 전쟁에 나가 공을 세워 군대의 장이 됩니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이로다.”(삼상 18:7) 그는 결국 왕의 사위가 되고 이어 왕이 됩니다. 수도를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나라의 영토를 확장합니다. “다윗이 어디를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셨더라.”(삼하 8:14) 세상에 다윗보다 강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강했던 다윗이 실패를 경험합니다. 고대의 전쟁에서는 왕이 당연히 앞장서야 하는데 충분히 강하다고 여겼던 그는 전쟁에 임하지 않고 있다가 우리아의 아내를 보고 죄를 범합니다. 아들 압살롬에게 쿠데타도 당합니다. 자녀들의 하극상을 봅니다. 충성스러운 장수 요압에게 배반을 당합니다. 다윗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신의 생애에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 깨달은 다윗은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깨닫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며 연약한 인간을 표현한 파스칼은 프랑스의 수학자요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좋은 그리스도인입니다. 1654년 11월 23일 십자가 사랑을 깨달은 그는 가슴에 타오르는 ‘성령의 불’을 경험하고 그날의 영적 감동과 신앙의 결단을 양피지에 기록하고 윗옷에 꿰매 입고 다니며 항상 신앙인으로 살기를 소망했습니다. 기독교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 놓은 ‘팡세’에 있는 그의 글입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데 있다.” 라르쉬 공동체를 이끈 장 바니에의 ‘인간되기’라는 책이 인상적입니다. 가장 약한 모습으로 태어났다가 가장 약한 모습으로 떠나는 인간이기에 약함을 잊어버리지 않고 사는 것이 ‘인간되기’라 합니다.
목회수기를 정리하며 평생 겸손을 입에 붙이고 살았지만 목회의 연수가 오히려 교만의 굳은살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기독교의 최고의 덕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말에 첫째도 겸손이요 둘째도 겸손이요 셋째도 겸손이라 대답했다는 성 어거스틴의 유명한 일화가 새삼 기억납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절망적이지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는 보혜사 성령님을 의지합니다.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 사정없이 내려오는 하얀 눈에 덮인 세상을 바라보며 약한 자를 찾아오시는 은총이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여호와여 그러하여도 나는 주께 의지하고 말하기를 주는 내 하나님이시라 하였나이다.”(시 31:14)
조경열 원로목사(인천연희교회)
◇조경열 목사는 감신대와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대에서 신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효성중앙감리교회 아현감리교회를 섬겼으며 지난해 인천연희교회에서 은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