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연착·버스 경로변경에 출근길 발동동… 피해도 잇따라

입력 2024-11-28 00:12 수정 2024-11-29 13:21
서울 등 중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밤부터 27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된 폭설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직장인들은 출근길이 막히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퇴근 시간대에도 도심 곳곳에서 ‘귀가 전쟁’이 벌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교통사고와 정전 등 크고 작은 눈 피해도 잇따랐다.

눈 소식에 평소보다 많은 시민이 27일 새벽부터 대중교통으로 몰렸다.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배차를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서울 강남역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하광식(64)씨는 “오전 8시 잠실역 환승 통로를 지나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하철 4호선 열차 속 인파 틈에서 한 직장인은 “폭설 때문에 차를 두고 나왔는데, 지하철 몇 대를 보내고 겨우 탔다. 얼른 가겠다”며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읍소했다.

도보길이 유난히 미끄러운 탓에 아슬아슬한 상황도 연출됐다. 경사로에서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미끄러지거나 건널목의 하얀 도색면이나 보도블록 가장자리를 밟고 휘청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보도블록보다는 눈이 비교적 녹은 차로로 일부러 내려와 걷는 이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급히 재택근무 방침을 정한 회사도 있었다. 6호선 고려대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임효정(33·여)씨는 “재택으로 일하라는 회사 공지를 확인하고 집에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을버스가 폭설로 갑작스럽게 경로를 바꾸면서 불편을 겪은 시민도 많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관악구로 등교하는 송혜영(24·여)씨는 “눈 때문에 버스가 늦겠다는 점을 감안해 일찍 나왔는데, 경로 변경 때문에 걸어야 할 시간이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북정마을로 가던 ‘성북03’번 버스도 도중에 길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버스기사는 “경사가 높고, 도로 열선이 설치되지 않아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마을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승객들에게 안내했다.

도로 결빙과 제설 작업 지연으로 퇴근 대란도 벌어졌다.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와 서울 강남역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평일 20~50분마다 버스가 오지만, 이날은 퇴근 시간만 1시간20분 이상 배차 간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LG, GS건설, 코오롱 등 일부 기업은 직원에게 조기 퇴근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와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보행자 안전통로 지붕이 눈의 무게를 못 견디고 무너져 행인 3명을 덮쳤다. 행인 1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호흡을 회복했고, 나머지 2명은 중상을 입었다. 강원도에선 눈길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에선 전신주 1개가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인근 약 230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신재희 기자, 의정부·춘천=박재구 서승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