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예보가 비록 틀리더라도 정보 더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

입력 2024-11-29 04:11
장동언 기상청장이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상황실에서 올해 벌어진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 청장은 “날씨 예측은 확정된 사실을 중계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며 “극한 기후에 대비해 기상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기후변화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기상청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장동언(59) 기상청장을 만나러 간 26일은 첫눈 예보가 내린 날이었다. ‘첫눈이 온다’고 하면 흔히들 낭만적 감상을 떠올리지만, 기상청 사람들에겐 방재 측면에서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첫 기상 사건이다.

이날 서울 동작동 기상청 상황실은 예보관들이 잔뜩 긴장한 채로 지방청 예보관들과 한창 화상회의 중이었다. 장 청장은 “눈이 오면 지방자치단체들은 적설량을 토대로 제설 작업을 해야 하고, 도심 지역에서는 교통 체증과 마비에 대응해야 한다”며 “정확한 예보 생산만큼 이를 갖고 지자체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러 집무실로 이동하는 길목에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이라는 기상청 모토가 적힌 배너가 보였다. 장 청장은 “틀려서 욕을 먹을지라도, 국민께서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청장은 눈 무게 예보와 재난문자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폭염영향예보도 현행 폭염 발생 하루 전에서 최대 5일 전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장 청장과의 일문일답.

만난 사람=김나래 사회부장

-기상청장 취임 6개월째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나.

“아침은 기상청 공식 앱인 날씨알리미를 열어 날씨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7월 1일 기상청장 취임하자마자 장마가 시작됐는데, 집중호우가 있던 시점이었다. 수시로 앱을 들여다봤다. 머릿속에서 날씨는 떠나질 않는다.”

장동언 기상청장이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 청장은 올겨울 한파 대비와 관련해 “부모님 거주지의 한파 정보를 기상청이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청장 취임 후 기억나는 순간은.

“올해 첫 재난문자가 발송된 안동 지역에서 한 시민 분이 올리신 글을 봤을 때다. ‘새벽 2시 반에 재난문자 소리에 놀라 깨어 보니 비가 많이 왔다. 아랫집 청각장애인 분과 같이 대피해서 무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기상청이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한다는 생각에 감사하다는 글을 보고 울컥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국민의 안전을 직접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재난문자의 효용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올해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확대하면서 국민 체감도가 높아진 듯하다. 재난문자는 일종의 ‘불이야’를 외치는 효과다. 지난번 경북 구미 현장을 가보니, 이장님들이 재난문자를 받으면 기슭에 계신 분들이 위험하다며 모시고 대피하기도 한다더라. 이런 곳에선 재난문자의 효용성이 굉장히 큰 듯하다. 내년부터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지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마음 같아서는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싶은데,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재난문자 확대 이외에 준비 중인 기상정보 제공 방안은.

“올해 여름, 폭염 정보를 미리 제공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하루 전에 제공하는 영향예보를 내년부터는 2일 전 제공하려 준비 중이다. 점진적으로 5일 전까지 폭염 발생 가능성 정보를 방재 관계기관에 제공해 선제 대응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10일 전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한파에 대비해 부모님 거주지의 한파 정보를 기상청이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 작년 겨울부터 제공 중인 눈 무게 정보를 올겨울에는 충청권 등으로 확대하고, 시설물 피해 등 저감을 위해 농진청 등 방재 관계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기상정보 제공이 많아지면, 예상이 틀릴 경우도 있을 텐데.

“내 철학은 ‘틀릴 수 있어도 국민 중 누군가에게 유용할 수 있으면 좀 더 용기를 내보자’는 것이다. 날씨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다. 하지만 불확실한 와중에도 일정 수준의 정확도를 넘으면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가령 지진 예보도 일종의 시소와 같다. 예보를 빨리하면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지진 정보는 빨라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1,2초라도 줄이자고 설득했다. 내부 예보관에게도 설사 틀릴 수 있지만 필요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상충되는 정보가 비슷한 비율로 존재할 땐 어떤 기준으로 기상 정보를 판단하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잡는다. 즉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하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비가 올 수도 있다고 예보하는 셈이다. 틀리면 기상청이 욕은 먹겠지만, 미리 대비해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가치가 더 크다.”

장동언 기상청장이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 청장은 “기후변화감시예측법에 따라 기상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됐다”며 “국가적으로 단일하면서도 상세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일관된 국가대응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기상청은 지난달 시행된 기후변화감시예측법에 따라 기후변화를 감시·예측하는 정부 책임기관으로 지정됐다. 컨트롤타워로서 ‘기상·기후변화 감시·예측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준비 상황이 궁금하다.

“기본계획의 핵심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촘촘한 감시와 신뢰성 있는 예측 체계 구축이다. 감시 자료의 질을 높이고, 신뢰성 높은 예측 기술을 개발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기상청뿐 아니라 환경부 농촌진흥청 질병관리청 등 8개 부처가 협업해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올 여름 서울에서 34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역대급 더위에 폭염백서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폭염도 도시와 지방에서 나타나는 양상이 다른 것 같다.

“한국 폭염은 습도 영향이 굉장히 높게 나타나는게 특징이다. 도시의 경우 지구온난화 효과와 도시화 효과를 둘 다 받는다. 도시계획과 설계에 구체적으로 도시 안에서의 열 형성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시티 기상기후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건물, 지형 등 도시 정보에 기온 열정보를 얹으면 어느 지역이 열 쪽으로 취약할지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런 것이 쌓이면 도시계획 설계뿐만 아니라 기후 취약지대를 파악해 바람길을 내거나 그물막을 칠 수 있다. 현재 실증 지역인 송파구와 시흥시 일부에서 시험제공 중인데, 이를 통해 뭘 개선할 지 살펴볼 예정이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대기과학 이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기상 전문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01년 기상연구관으로 기상청에 입문해 수치모델개발과장, 세계기상기구(WMO) 파견, 지진화산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2022년 8월부터 기상청 차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7월 1일 기상청장으로 승진됐다.

장 청장은 예보 업무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동시에 WMO에 파견 근무하는 등 국제협력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치모델개발과장으로 재직할 때는 주요 기상선진국을 방문·조사해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견 수렴 기구를 신설하는 등 한국형 수치예보체계를 구축하는 기초를 다졌다.


정리=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