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8㎝ 펑펑… “이런 첫눈 처음”

입력 2024-11-27 18:54 수정 2024-11-27 23:52
서울 전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27일 종로구 북악산 및 경복궁 일대를 올겨울 첫눈이 하얗게 뒤덮고 있다. 서울의 이날 강설량은 1907년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기준 최고치인 18.0㎝를 기록했다. 윤웅 기자

27일 수도권에 쏟아진 첫눈은 이례적인 늦가을 폭설이었다. 서울에 18㎝ 넘게 눈이 쌓였다.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7년 만에 11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것이다. 기상청은 28일 수도권에 20㎝ 이상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기준 일최심 적설은 18.0㎝였다. 이 기록은 하루 중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의 양을 뜻한다. 종전 최고 기록은 52년 전인 1972년 11월 28일의 12.4㎝였다.

기상청은 오후 3시 기준 중부지방과 일부 남부내륙에 대설특보를 내렸다. 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일부 강원·충북·전북엔 대설경보를 발효했다. 서울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건 2010년 1월 4일 이후 14년 만이다. 예년보다 늦은 첫눈이 이같이 수도권 눈폭탄이 된 것은 현재 한반도 북쪽에 찬 공기를 머금고 자리잡은 절리저기압과 이상기온을 보였던 올여름, 뜨겁게 달궈진 바다의 영향이다.

역대급 눈폭탄에 전국 곳곳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제네시스 승용차를 뒤따르던 25t 덤프트럭이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졌다. 경기도 양평군의 한 농가에서도 80대 남성이 제설작업 중 숨졌다.

이날 오후 7시26분쯤 경기 평택시 한 골프연습장에서 가로 100m, 세로 30m 크기의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졌다. 제설작업 중이던 30대 1명이 철제 그물에 깔리면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후 5시50분쯤 강원도 원주시 만종교차로~기업도시 방면 도로에서 차량 53대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다친 11명 중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민들은 폭설 탓에 출퇴근 대란을 겪었다. 한 시민은 “첫눈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지나갈 때가 많았는데, 이런 첫눈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눈에 버스가 노선을 갑자기 변경하고, 지하철로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일부 열차가 지연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후 5시 기준 항공기 71편이 결항되고, 109편이 지연 운항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설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교통사고, 교통혼잡 등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기상청은 28일 오전까지 서울 등 수도권 북서부 지역에 최대 10㎝ 이상, 경기 남부와 북동부 내륙에 최대 20㎝ 이상의 눈이 더 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폭설과 별개로 올겨울은 평년과 비교해 많은 눈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올겨울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이 내리려면 강수 구름대가 발달했을 때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며 “올해 눈이 평년보다 많이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