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家) 3·4세들이 일선에 전진 배치되면서 식품업계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기업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감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작업 과정에서 대놓고 이뤄진 특혜 아니냐는 비판도 강하게 일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삼양식품은 ‘3세 경영 모드’에 나란히 진입했다. 농심은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상무를 전무로, 신수정 음료마케팅팀 담당 책임은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시켰다. 신상열 전무는 1993년생으로 2019년 사원으로 정식 입사한 후, 2022년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전무가 된 것도 그로부터 불과 2년 뒤다. 신수정 상무는 신상열 전무의 누나로 2022년 입사해 2년 만에 상무 자리에 올랐다.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오너가 3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CSO) 상무가 전면에 나서 혁신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1994년생인 전병우 상무는 2019년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하면서 20대에 임원 자리를 꿰찼다. 당시 부친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이 횡령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예상보다 일찍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다른 오너가 3·4세도 ‘부모 찬스’에 힘입어 입사 후 1년 반에서 3년 사이에 임원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는 1989년생이다. 오리온 입사부터 임원이 되기까지 1년 반도 걸리지 않았다. 2021년 7월 오리온의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1년5개월 만인 이듬해 12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담 상무는 올해 오리온이 해외법인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도 합류했다. 매일유업 오너 3세인 김정완 회장의 장남 김오영 전무는 2021년 10월 매일유업 생산물류 혁신담당 임원(상무)으로 입사한 뒤 2년6개월 만인 지난 4월 전무로 승진했다. 유독 식품업계에서 오너가 초고속 승진 사례가 많은 것은 왜일까. 재계 10위권 밖에 속하는 기업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덜 받는다는 게 유리한 대목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 자녀들이 이렇다 할 검증 없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기업들도 상장사라 총수 일가가 기업을 온전히 소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승계 작업’ 자체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