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7일 오전 4시(현지시간)를 기점으로 휴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로 치닫던 양측 간 교전은 13개월 만에 잠정 종식됐다. 양측은 60일 휴전기간 동안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을 점진적으로 완충지대로 만들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파괴적인 갈등을 끝내자는 미국의 제안을 양측이 수용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 합의에 따라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지역의 전투는 종식될 것이다. 이는 적대 행위의 영구 중단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휴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휴전 논의에 기여한 미국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도 “휴전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시작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투는 종결됐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시점부터 따지면 2개월 만이다. 양측의 극한 충돌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민 약 3800명이 숨졌고 100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특히 이스라엘 공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레바논 민간인 피해가 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투입한 지상군을 60일 동안 점진적으로 철군할 예정이다. 동시에 헤즈볼라는 중화기와 함께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러난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과 리타니강 사이의 30㎞ 지대를 뜻하는 ‘블루라인’은 완충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지역에는 레바논 정규군과 유엔 평화유지군이 진입해 휴전 상황을 감시할 계획이다.
헤즈볼라의 배후인 이란도 휴전을 환영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레바논 정부와 국민의 저항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합의 이행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재충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협상 과정에서 헤즈볼라에 반격할 권리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레바논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고 무장을 시도하면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위협 행위에 반격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의 도화선이 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도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합의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이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AFP통신에 “하마스는 휴전 합의와 포로 교환을 위한 진지한 거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