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을 접견하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등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북·러 간 무기 및 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하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우크라이나가 줄곧 무기 지원을 요청해온 만큼 이와 관련한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쟁 종식을 공언한 ‘트럼프 2기’ 정부와의 관계 등을 감안하면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북·러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러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 협의를 약속했었다.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윤 대통령에 이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우메로프 특사는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외교부, 경제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특사단이 무기 지원을 요청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특사단이 155㎜ 포탄 등 각종 화포, 방공 시스템 전력을 지원받길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대공 미사일 ‘천궁’, 대포병 레이더 등 방어용 무기를 구매하겠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정부는 북한군의 현대전 기술 습득이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되는 만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신 행정부,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고려하면서 신중히 어느 쪽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1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일관되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강조해 왔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를 적국으로 돌리는 의미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크고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