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EWC는 한국 절호의 기회… 주도국 역할 해야”

입력 2024-11-28 08:24
2024 e스포츠 토크 콘서트 패널들이 27일 서울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민 문체부 게임과장, 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 박정무 ATU파트너스 대표, 채민준 캐스터, 이정훈 LCK 사무총장, 채정원 광동 프릭스 대표,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처장. 이병주 기자

“막대한 상금이 내걸린 e스포츠 월드컵은 한국에도 절호의 기회다. 민관이 협력해 더 많은 협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8월 처음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을 한국 e스포츠 산업의 성장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27일 e스포츠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패널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e스포츠포럼이 주관한 2024 e스포츠 토크콘서트가 서울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정무 ATU파트너스(프로게임단 DRX 모기업) 대표, 채정원 광동 프릭스 대표, 이정훈 LCK 사무총장, 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 이영민 문체부 게임과장,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패널로 참석해 EWC가 일으킨 파장을 분석하고, 한국의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EWC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도해서 개최한 메가 스포츠 이벤트였다. 사우디 국영기업 새비게임즈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의지 아래 20여개 종목에 6000만 달러(약 840억원)의 막대한 상금을 내걸고 초매머드급 대회를 열었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석유 시대 이후의 먹거리를 찾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전략 차원에서 벌린 장이었다.
2024 e스포츠 토크 콘서트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이 발언을 하고있다. 이병주 기자
이민호 총괄은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민 평균 연령이 29세인 굉장히 젊은 나라여서 게임 산업에 어울리는 환경을 갖춘 셈”이라면서 “e스포츠 대회 개최로 그치지 않고 수도 리야드 인근에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신도시를 만들어 게임과 e스포츠계의 전 세계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2024 e스포츠 토크 콘서트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정무 ATU파트너스 대표가 발언을 하고있다. 이병주 기자
올해 EWC 개최에 맞춰 두 차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던 박정무 대표도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의사결정권자들부터 게임을 좋아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도 e스포츠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2024 e스포츠 토크 콘서트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철학 한국 e스포츠협회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있다. 이병주 기자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지만 이런 상황이 기쁘지만은 않다. 세계 e스포츠 산업의 주도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협회와 문체부는 경계했다. 김철학 총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EWC를 통해 글로벌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의 허브가 되겠다는 의지를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며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주도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2024 e스포츠 토크 콘서트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영민 문체부 게임과장이 발언을 하고있다. 이병주 기자
이영민 과장은 “배틀그라운드 외에도 더 많은 국산 종목과 우수한 선수들이 배출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문체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프로팀과 IP(지식재산권) 홀더들의 입장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면 종주국과 주도국의 의미가 크지 않다”면서 “사우디가 이번 EWC에 쓴 3000억원이 천문학적이라는데 새비게이밍이 쓰는 돈 50조원에 비하면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 한국이 종주국으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엔 자본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도 정부 차원에서 심도 있게 움직이고 있다”며 “팀을 운영하는 투자자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그들과 빠르게, 전폭적으로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4 e스포츠 토크 콘서트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병주 기자
20개 게임 종목으로 운영되는 EWC는 주최측과 각 IP 홀더, 즉 게임사들과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져야만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다. 자신들의 IP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게임사들로서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이정훈 사무총장은 “일정 조율이 과제로 남아 있지만 양측이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프로게임단들에게는 EWC로 숨통이 트였다”고 밝혔다. 게임단들 역시 오일 머니 투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채정원 대표는 “그간 국내 게임단은 국내 인기 게임 위주로 팀을 창단하고 운영할수밖에 없었다. 20개 종목에 상금을 내건 EWC는 여러 종목팀을 창단하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