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쏟아진 건 뜨거운 바다와 차가운 공기 그리고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이상기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 북쪽에는 절리저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 절리저기압이란 대기 상층의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가 일부 분리되며 형성된 기압을 뜻한다. 북극의 찬 공기를 머금고 있어 매우 차갑다. 한반도보다 100배가량 큰 절리저기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북극의 찬 공기를 한반도로 순환시킨다.
이런 찬바람이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해기차’(대기와 바닷물 간 온도 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만들어진다. 기상청은 11~1월 한반도에 많은 눈이 오는 것은 이러한 해기차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특히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14~16도를 보이는데, 평년보다 1~2도 높은 기록이다. 결국 폭염 탓에 바다가 더 뜨거워졌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식지 않으면서 해기차가 더 커졌다. 이로 인해 11월 눈구름대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평년보다 많아져 눈 폭탄이 이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올해 여름철에 특히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평년보다 해수면이 늦게 식고 있다”며 “이달 말 들어 절리저기압이 기세를 떨치면서 전체적으로 내리는 눈의 양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해상에 구름대가 발달해 눈이 내릴 경우 그동안은 충남과 호남 지역이 주된 영향권이었다. 수도권에 눈이 오더라도 주로 경기남부 지역에 폭설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겨울철 찬 공기는 북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27일에는 충남과 호남이 아닌 서울 지역에 폭설이 집중됐다. 바로 절리저기압 때문이다. 한반도 상층에 자리한 절리저기압이 순환하면서 백령도 부근에서 작은 기압골을 형성했고, 이 기압골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서풍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람이 백령도 부근에서 서울 쪽으로 불면서 서울에 눈 폭탄이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폭설이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7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는 평년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며 눈구름이 엄청나게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됐다. 향후 올해처럼 여름철 폭염이 반복된다면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늦가을~초겨울 폭설 현상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