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제철 행복

입력 2024-11-29 04:08

익어가기로 했다

썩은 게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

땅에 떨어진 건
두어 번 털어 먹는다

이런 마음가짐이
새롭게 둘러보게 한다

세상이 다
떨어진 것 천지구나

뒹굴기도 하고
붙어 있기도 하고

무뎌지는 게
물렁해지는 게

다 상처는 아닌 거지

사는 게 그런 거라서
사는 중엔 잊기로 한다

크기는 달라도
개수는 달라도

무게로 재는 것이니까

-유수연 시집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