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GH·LH, 신탁사 대항마 되나

입력 2024-11-28 01:34
고양 일산신도시 전경. 고양시 제공

1기 신도시 재정비(재건축)을 위한 3만6000세대 규모(총 물량의 10~15% 내외)의 선도지구가 선정됐다. 1990년대 초 1기 신도시 입주가 완료된 지 30년 만에 대대적인 재건축의 신호탄이 쏘아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주민들이 직접 추진하는 ‘재건축조합’을 밀어내며, 최근 주류로 등장하고 있는 ‘신탁사’(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사업 전 과정을 맡아서 처리)의 대항마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도전장을 낼 수 있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에는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도지구 선정 즉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 ‘특별정비계획 수립 지침’이 배경이다. 특별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신탁사와 GH, LH 등 공공기관이 예비사업시행자로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 재건축 사업 경험과 자금력이 풍부한 신탁사와 GH·LH 등 공공기관은 재건축 계획 수립 완료 전까지는 공식적인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재건축 계획 수립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신탁사는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신탁사는 재건축조합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고 자금 조달도 유리하다는 주민들의 기대감으로 재건축조합을 시행사 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 논란과 함께 속도에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이러한 점을 비집고 GH·LH 등 공공기관이 신탁사와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GH·LH 등 공공기관은 사업 추진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확보하면서 전문성까지 갖춘 대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신뢰도와 행정력을 기반으로 특별정비계획 수립 등 인허가에 있어서 조합이나 신탁사보다 투명성·신속성 등에서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용절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신탁사는 사기업으로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분양수익(총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나, 공공기관은 통상 사업비(공사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또 안정적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공공기관은 사업성을 우선으로 해 사업 참여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성 변동에 따른 중도 포기나 파산 등의 사업 리스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주대책 마련도 중요한데, 공공기관은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이나 건설 예정인 주택을 바로 활용할 수 있어 이주대책에 유리하다는 것. 다만, 공공기관이 시행사인 경우 민간 추진 방식에 비해 공공시설 확보 등 공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주민과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박인권 GH 노후신도시정비단장은 “공기업이 시행사로 참여하면 아파트 명칭에 공공브랜드가 들어간다는 오해가 있다”면서 “공기업과 민간 시공사가 함께 사업을 하는 방식이어서 민간브랜드 사용이 가능하고, 실제 시행 사례도 적잖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