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텔레그램인가… 디지털 난민 ‘블루스카이’ 이주 러시

입력 2024-11-28 01: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권을 잡자 이에 반발한 ‘디지털 난민’들이 새로운 소셜미디어(SNS) ‘블루스카이’로 몰려들고 있다. 신규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오랫동안 고착화된 업계 경쟁 구도를 깰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용자를 추적하기 어려운 탈중앙화 시스템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27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미국 SNS 블루스카이는 이날 오후 기준 228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달 들어서만 가입자가 1000만명 가까이 증가했고, 매일 신규 가입자가 10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블루스카이는 잭 도시 트위터(현 엑스) 공동 창업자가 2019년 사내 프로젝트로 설립한 플랫폼이다.


출시된 지 5년이나 지난 SNS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있다. 그가 대선에서 승기를 잡자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엑스 이용자들의 엑소더스가 발생했다. 이에 엑스와 인터페이스(UI)가 매우 흡사한 블루스카이가 급부상했다.

블루스카이는 최근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모바일 앱 조사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블루스카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달 대비 1138% 증가한 59만5588명을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한 지 한 달여 만에 가입자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국내 3위 사업자인 엑스(641만명)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지만, 향후 이 같은 속도로 성장할 경우 SNS 경쟁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블루스카이 신규 가입자의 상당수가 엑스 이용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블루스카이의 등장이 오랫동안 유지돼온 SNS 경쟁 구도의 틀을 깰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SNS 시장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레드·엑스의 4파전이었다. 심지어 엑스를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 모두를 메타가 운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SNS 시장을 메타가 지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다만 블루스카이 특유의 폐쇄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블루스카이는 가상화폐처럼 탈중앙화된 플랫폼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용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활동 내역을 블루스카이 고유 서버가 아닌 엉뚱한 곳에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고, 반드시 블루스카이 계정을 이용할 필요도 없다. 이 경우 전통적인 수사 방식인 개인정보 확인 요청이나 압수수색으로 범행 증거를 확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테러·성착취·마약 거래 등에 악용하기에 기존 SNS보다 더 수월하다는 점에서 가상화폐나 텔레그램과 비슷한 문제를 지녔다는 지적이다.

에밀리 리우 블루스카이 대변인은 “대선 직후 가입자가 급증했다는 점은 SNS 이용자들이 신뢰와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플랫폼을 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이용자들에게 온라인 활동에 대한 권리를 돌려주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