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20> 예산 우리비전교회

입력 2024-11-30 03:03 수정 2024-11-30 03:03
드론으로 촬영한 예산 우리비전교회 전경.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가로 선과 십자가 탑의 세로 선이 시선을 압도한다. 단층짜리 건물을 세우고 그 건물 면적만큼 잔디밭 중정을 만들었다. 아래쪽은 교회의 평면도. ① 예배실 ② 유아실 ③ 목양실 ④ 사무실 ⑤ 식당 ⑥주방 ⑦교육실 ⑧ 기도실 ⑨ 중정. 드론=전병선 기자, BoH건축 제공

충남 예산 우리비전교회(조영찬 목사)는 오래전 건축 관련 책자에서 처음 봤다. 외관이 인상적이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다른 일정 중에 코스를 조정해 들른 적도 있다. 이번 교회건축 기행 취재를 위해 지난 14일 교회를 방문, 조영찬 목사와 정민영 사모를 인터뷰했다. 다음날엔 교회를 설계한 BoH건축 소장 오종상 건축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연 설명을 들었다.

가로선 세로선의 대비

우리비전교회의 외관이 인상적인 것은 여느 교회 건축물과 판이하기 때문이다. 건물하면 사람이 들어가서 활동하는 공간을 담고 있어 입체로 생각한다. 3차원이다. 하지만 우리비전교회는 1차원의 선이 두드러진다. 건물을 가로지르는 가로선이 눈에 띈다. 이 선은 건물 전체를 두른다. 건물 가운데에 있는 중정의 울타리이면서 건물의 외벽이다.

또 수직으로 세워진 세로선이 있다. 이는 십자가 탑이다. 높이 솟은 십자가 탑은 교회의 상징을 나타내면서 균형추 구실을 한다. 십자가 탑의 반대편에 있는, 전체 건물 비중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예배당 건물과 균형을 맞춘다. 건물의 묵직함을 탑이 주는 긴장감으로 균형을 잡았다. 오 건축가는 “수평적인 요소와 수직적인 요소가 극명하게 대조될 때 더 인상적”이라면서 “우리비전교회에서는 이를 활용해 건물의 균형감도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들 굵은 선으로 형태를 규정한 교회 건물은 간결한 멋이 있다. 교회 부지 위에 큰 직사각형, 그 안에 같은 비율의 직사각형 중정과 예배당 건물, 그리고 부속 공간이 있는 직사각형 건물을 배치해 조화와 변화를 꾀했다.

교회의 본질을 충실히

교회가 디자인적으로만 충실했냐면 그렇지 않다. 교회 공동체의 본질도 충분히 반영했다. 건물 가운데 잔디밭으로 이뤄진 중정이 대표적인 예다. 중정은 보통 건물 안에 있는 공간인데 이 교회에선 밖에 있다. 그렇다고 딱 밖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앞서 말한 대로 건물 전체를 두른 굵직한 프레임이 울타리 역할을 하지만 그 밑은 뚫려 있다. 이처럼 내·외부의 경계를 없애 누구든지 중정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과 같고 이는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오 건축사는 설명했다.

이 궁금증은 세상 사람들의 눈과 발을 잡아끈다. 그래서 중정은 이웃을 전도하고 섬기며 소통하기 위한 장치다. 또 성도들의 마당이다. 조 목사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성도들은 고기 파티도 하며 운동회도 한다”고 말했다.

200석 규모의 예배실로 우측 벽면에 벽돌을 사용해 외벽과 연계성을 추구했다. 또 식당 벽면도 빨간 벽돌을 사용했으며 테이블과 의자는 가볍고 이동이 쉬운 제품을 배치했다. 평일엔 카페, 행사 땐 이벤트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우리비전교회는 작은 교회의 건축물로 최적화됐다. 외부의 주재료인 노출 콘크리트와 빨간 벽돌을 내부에도 적용해 내외부 공간의 연계성을 추구하고 시공의 간편함과 더불어 작은 교회의 재정적인 부담을 줄였다. 실내는 복합공간을 만들어 공간적 효용성을 높였다. 건물 중앙에 있는 공간인데 주일에는 식당, 평일에는 카페, 행사가 있을 땐 콘퍼런스 홀로 사용된다.

그러면서 200개 좌석과 유아실이 있는 예배실, 교육실, 목양실, 사무실, 기도실, 화장실을 갖췄다. 모두 넓지는 않지만 단층 건물에 흩어져 있어 넓은 땅을 가진 미국이나 캐나다 교회에 방문했을 때 가졌던 이국적인 느낌이 있다.

공동체의 하나됨

이런 건축공간은 설계자 덕분이다. 하지만 그 씨앗은 건축주인 교회 공동체가 뿌렸다. 그 씨앗을 뿌리는 수고가 우리비전교회에도 상당했고 공동체가 하나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교회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영찬 목사와 정민영 사모.

교회는 2012년 반지하 상가에서 시작했다. 조 목사는 건물은 고사하고 땅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도 끝에 마련한 곳이 현 주차장 부지였다. 돌려받은 상가 임대료에 조 목사는 집과 차를 팔아 보탰다. 한 장로는 전세보증금을 내놨다. 성도들은 결혼반지, 돌 반지, 저금통 등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 꺼내놨다. 여성 성도들은 부업을 하고 조 목사는 군산에서 멸치를 떼다 전국을 다니며 팔았다. 이어 주차장 부지로는 부족해 현 부지를 더 사야겠다고 했을 때 정 사모는 크게 반대했지만 성도들이 월 이자 정도는 부담할 수 있지 않겠냐며 마음을 모았다. 정 사모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고 항상 함께해준 성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지를 어렵게 마련하다 보니 교회는 더 잘 짓고 싶었다. 조 목사는 목회자인 아버지가 교회를 건축할 때 알게 된 오 건축사에게 연락했지만 이래저래 하다가 흐지부지됐고 이후 설계를 맡긴 곳만 5곳, 설계도면을 20번 넘게 받아봤다. 그러다 다시 원점에서 오 건축사를 찾았고 현재의 교회는 두 번째 설계안이다. 공사를 시작할때 가진 재정이 수천만원에 불과했지만 시공사인 사닥다리종합건설이 다 짓고 나서 공사비를 받겠다고 해 2017년 건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교회는 단층인데다 공간적 여유가 많아 보인다. 그래서 증축을 염두에 둔 거냐고 하겠지만 건축을 마친 오 건축사는 “나중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자체로 완전한 도면이다. 이게 끝이다”라고 했고 조 목사는 “그 말도 너무 좋았다”고 기억했다.

교회의 비전은 건강한 교회다. 조 목사는 “우리 성도들 한분 한분이 예수의 제자로 세워지는 것이 사역의 목표”라며 “그런 성도들이 나의 면류관”이라고 말했다.


예산=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