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등장에 제조업 체감 경기 얼어붙었다

입력 2024-11-28 02:24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과 수출 둔화 우려로 제조업 체감 경기가 1년 1개월 만에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1.5로 전월보다 0.6 포인트 하락했다. 전 산업 CBSI는 3개월 연속 하락하다 지난달 4개월 만에 소폭 개선됐으나 이달 들어 다시 하락 전환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 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기업 심리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크게 악화했다. 제조업 CBSI는 전월보다 2.0 포인트 하락한 90.6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10월(90.5)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 폭도 지난 8월(-2.9 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제품재고(-1.1 포인트) 자금사정(-0.8 포인트) 등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품목별로 보면 제조업 중 전자·영상·통신장비는 휴대전화 부품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자금사정BSI가 11 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는 일부 부품업체 파업으로 자금사정BSI가 9 포인트, 생산 BSI가 10 포인트 내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는 종류별로 업종 내 차별화가 계속되고 있고 휴대전화 부품생산업체의 수출 감소 우려도 커졌다”며 “자동차 역시 부품업체 파업과 생산 감소, 경쟁 심화 등 영향으로 심리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경기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보는 기업들이 많았다. 12월 제조업 CBSI는 이달 전망 대비 1.6 포인트 하락한 88.9로 전망됐다. 한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영향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황 팀장은 “자동차, 친환경에너지, 반도체 등 업종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현실화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 기업이 있었다. 대내외 수요 둔화까지 겹쳐 자금사정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0.2 포인트 상승한 92.7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순환변동치는 93.8로 전월 대비 0.1 포인트 상승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