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쓴다고?” 세계 1위 협동로봇 기업, 한국 주목

입력 2024-11-28 02:21
이내형 유니버설로봇코리아 대표가 지난 26일 경기도 판교 소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자사 협동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유니버설로봇코리아 제공

“한국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협동로봇이 꼭 필요합니다”(이내형 유니버설로봇코리아 대표)

지난 26일 오후 찾은 경기도 판교 소재 유니버설로봇코리아에서는 미국계 반도체 기업 직원, 국내 스타트업 대표 등 5명이 모여 협동로봇 활용법을 배우고 있었다. 6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 팔을 이리저리 꺾고, 태블릿 피시 형태의 ‘티치 펜던트’(로봇 프로그래밍용 패드)를 두드리며 협동로봇을 이용해 물체를 집어 옮겼다.

유니버설로봇은 덴마크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협동로봇 기업이다. 협동로봇은 인간 노동자와의 근거리 협력을 염두에 두고 만든 로봇이다. 전통 산업용 로봇과 비교해 크기가 작고, 협업 중인 노동자가 다치지 않도록 신체가 닿으면 동작을 멈추는 안전장치를 탑재한다.

이날 이내형 유니버설로봇코리아 초대 대표를 만나 한국 협동로봇 시장 현황을 물었다. 과거에는 유니버설로봇 일본 지사장이 동북아시아 사업을 총괄했는데 한국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지난 2020년 한국 지사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한국 협동로봇 시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한국 토종 협동로봇 업체만 총 16개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말했다.

한국이 제일 잘하는 분야에 협동로봇을 접목하는 사례는 덴마크 본사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다. 이 대표는 “조선소 내 용접에 협동로봇을 쓰는 건 한국이 처음이고 본사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활용법”이라며 “사용 후기가 좋아 계속 추가 주문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킴 포블슨 유니버설로봇 최고경영자도 오는 28일 첫 방한에서 유일한 방문 고객사로 HD현대삼호를 택했다. 이 대표는 “배터리 공장에서는 주로 움직이는 AMR(자율이동로봇)에 협동로봇을 결합해 다루기 위험한 물질을 운반하고 철강 기업들과는 압연·연주 공정에 협동로봇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로봇코리아는 3분의 1 가격으로 단가를 후려치는 중국 업체나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한국 기업들의 추격에 ‘가격보다 품질’ 전략으로 대응한다. 이 대표는 “당장의 매출만 생각하면 출혈을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는 게 맞지만 그건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한결같이 제품 퀄리티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부터 매출이 매년 20% 이상 성장하다 2022년에는 한국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약 2% 성장에 그쳤다”면서도 “타사 제품을 써본 후 퀄리티에 불만을 느낀 고객 다수가 다시 유니버설로봇으로 돌아오는 등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영업직으로 사회에 진출한 후 독일계 바이드뮬러, 바텍 등 자동화 업계를 거쳤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