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김정은 회담 검토”… 북·미 대화 조기 추진되나

입력 2024-11-28 00:5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고 있다. 그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마련된 회동이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회담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북핵통’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가 임명된 상황에서 나온 보도여서 트럼프 취임 이후 북·미 대화가 조기에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는 이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팀은 새로운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무력 충돌의 위험을 낮출 수 있기를 바라며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 논의는 아직 유동적이며 트럼프가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시절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2018년 6월)와 베트남 하노이(2019년 2월)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북·미 협상은 중단됐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 4년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았고, 최근에는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며 밀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있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었다”며 대미 협상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미국으로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중국 견제 등 다른 시급한 외교 현안이 많다. 다만 1기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러브레터’로 불린 친서를 27통이나 주고받았던 트럼프는 대선 내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인연과 대화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웡을 지명하면서 “대북특별부대표로서 그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고 소개했다.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등 트럼프 1기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맡았던 웡의 복귀를 두고 트럼프가 2기에도 언제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국내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국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전쟁 관계로 전환하고 통일·민족 개념을 삭제했기 때문에 한국이 설 자리가 없어 무시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일찌감치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국 간 조율이 잘 안 된 상태에서 북·미 회담이 이뤄지는 것은 큰 문제”라며 “웡 등 대북정책 담당자와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박준상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