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회담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북핵통’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가 임명된 상황에서 나온 보도여서 트럼프 취임 이후 북·미 대화가 조기에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는 이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팀은 새로운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무력 충돌의 위험을 낮출 수 있기를 바라며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 논의는 아직 유동적이며 트럼프가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시절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2018년 6월)와 베트남 하노이(2019년 2월)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북·미 협상은 중단됐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 4년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았고, 최근에는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며 밀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있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었다”며 대미 협상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미국으로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중국 견제 등 다른 시급한 외교 현안이 많다. 다만 1기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러브레터’로 불린 친서를 27통이나 주고받았던 트럼프는 대선 내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인연과 대화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웡을 지명하면서 “대북특별부대표로서 그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고 소개했다.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등 트럼프 1기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맡았던 웡의 복귀를 두고 트럼프가 2기에도 언제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국내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국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전쟁 관계로 전환하고 통일·민족 개념을 삭제했기 때문에 한국이 설 자리가 없어 무시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일찌감치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국 간 조율이 잘 안 된 상태에서 북·미 회담이 이뤄지는 것은 큰 문제”라며 “웡 등 대북정책 담당자와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박준상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