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힘드세요? 이 기회에 재정훈련 받아보세요

입력 2024-11-28 03:02

광주광역시에 사는 A씨(25)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사채 100만원을 빌렸다가 한 달 만에 연체 이자와 상환 압박으로 빚이 200만원을 넘어섰다. 다행히 희년은행과 청년드림은행의 도움으로 사채업자와 협상해 연체 이자를 무효로 하고 원금을 상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막막함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A씨는 “이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광 희년은행 센터장은 매주 절박한 심정으로 은행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을 만난다. 그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법 대부업체는 마치 합법적인 금융기관인 듯 광고하며 청년들을 유혹한다”며 “금융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이 계약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청년들이 자신이 직면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선택지가 의외로 많다는 데 놀란다”고 말했다.

희년은행은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무이자 전환대출을 제공한다. 하지만 단순히 대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김 센터장은 “무이자 대출은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추가적인 대출을 막기 위해 청년들의 현금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고 채무조정 제도와 같은 다양한 옵션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재무상담소(소장 김서로)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재무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저축이나 소비 습관을 살펴보고 재정관을 교정해주는 식이다. 상담소는 재무 상담을 받은 청년에겐 ‘희망지원금’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7명이 받았다고 한다. 희년은행 역시 나이 구분 없이 내부 심사를 거쳐 기초생활비 30만원을 무이자 대출해준다.

생계에 벼랑 끝까지 몰린 청년들을 돕기 위한 개교회 차원의 지원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중앙교회(김진영 목사)는 2022년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생활안정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 ‘희망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주거비와 생활비가 필요한 경우 심사를 거쳐 최대 500만원을 무이자 대출해 주는 활동이다. 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는 2020년 1인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희년기금을 조성했다. 독특한 점은 상환 일정과 방법(분할상환 혹은 일괄상환) 모두 본인이 정하게 한다는 점이다. 주로 청년들이 희년기금을 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의 역할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신앙적 가치와 재정 관리를 접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의수 돈걱정없는우리집지원센터장은 청년들의 투자 문제를 쉬쉬하는 교계 행태를 지적하면서 “교역자들이 재정 훈련을 받고 청년들을 재교육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들에겐 “자산이 적은 청년의 때엔 투자 수익보다 절약과 저축이 더 중요하다”며 “직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면서 건강한 지출 습관을 기르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돈과 믿음의 대결에서 이기는 비결은 맘몬을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 거하는 삶에 있다”고 덧붙였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