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역대급 첫눈, 극심한 기후변화에 적극 대비해야

입력 2024-11-28 01:20
서울 전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27일 종로구 북악산 및 경복궁 일대를 올겨울 첫눈이 하얗게 뒤덮고 있다. 서울의 이날 강설량은 1907년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인 18.0㎝를 기록했다. 윤웅 기자

서울에 역대 11월 중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기상을 관측한 지 117년 만이다. 첫눈이 예측하지 못한 폭설로 바뀐 것인데 지구 온난화로 높아진 해수 온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후 변화에 대비해 정부의 발 빠른 재난 대처와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27일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20㎝ 가까운 눈이 내려 종전 기록인 1972년 12.4㎝를 52년 만에 갈아치웠다. 당초 최고 8㎝ 안팎으로 내다봤던 기상청 예보를 훌쩍 넘었다. ‘해기차’(대기와 바닷물 간 온도 차)에 의해 만들어진 눈구름이 인천 앞바다에서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여파로 바다가 비교적 따뜻했던 영향이 컸다. 항공기 200여편이 결항·지연되고 출근길 대란이 이어졌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 점점 예측하기 어렵게 됐으니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을 막기 위해 중장기 재난 대응 시스템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임계점이 이미 가까워졌다. 스페인에서는 불과 8시간 만에 20개월 치 비가 쏟아져 220여명이 사망했다. 일본 후지산에는 이상 고온으로 130년 관측 역사상 가장 늦게 첫눈이 내렸다. 프랑스에서는 에펠탑 전망대가 폐쇄될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기온 상승의 주 원인인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지구의 평균 기온은 1.65도 상승해 올해가 지난해를 넘어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5년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억제 목표인 1.5도가 사상 처음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1.5도는 지구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류가 정한 한계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기후 변화를 늦추는 일이다. 한국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10%도 안 되는 ‘기후 후진국’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시 한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