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눈발이 흩날리던 27일 오후 경기도 안양 정심여자중고등학교(안양소년원) 강당으로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는 분홍과 파랑,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음악이 흐르자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의 날갯짓을 표현한 ‘하늘빛 꿈’이란 제목의 무용이었다. 춤사위를 표현한 이들은 발달장애인들로 사단법인 필로스하모니(이사장 임인선)의 단원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조직된 발달장애인 무용단인 필로스하모니는 2007년 창단한 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날 필로스하모니는 대림대 에이스 ESG봉사단과 함께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날갯짓’이란 주제로 특별 공연을 펼쳤다. 관객은 소년원에서 교육 받는 앳된 얼굴의 십대 청소년들이었다.
무용단은 10분 분량의 공연을 위해 4년 가까운 기간 연습에 매진했다고 했다. 그렇게 완성된 무대는 사회의 낮고 어두운 곳을 향한다. 교도소를 비롯해 소년원과 복지관 등이 이들의 주무대다. 단원들이 보낸 위로의 날갯짓은 소년원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듯 보였다. 공연 내내 눈을 떼지 못한 학생들은 수시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학생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단원 박민선씨는 “무용단 친구들과 무대에 올라 눈을 마주 보며 서로 동작이 딱딱 맞을 때 기분이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신앙 훈련을 받고 있다고 소개한 임인선 이사장은 “가장 어려운 곳에 낮은 자세로 찾아가자는 게 필로스하모니 무용단의 신조”라면서 “우리 무대를 통해 어렵고 힘든 분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사랑, 공동체성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믿음과 소망, 사랑 중 가장 으뜸을 사랑이라고 했다”면서 “단원들과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외로운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 이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안양=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