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속에 비친 기독교인 이미지는 최근 부정적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모습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결혼 상대로 기독교인은 거른다”는 조롱 섞인 댓글까지 달릴 정도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선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추구하면서도 지고한 기독교적 가치를 따르려고 애쓴다. 이런 ‘괜찮은’ 기독교인의 모습은 최근 SNS에서 돋보이면서 ‘기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훌륭한 배우자감으로 삼을 만하거나 이상적으로 사랑을 일궈나가는 커플이 그들이다. 이들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상대를 배려하고 이성 관계에서도 책임 있게 행동한다. 적극적인 이웃 사랑도 실천하고 있다.
만남에 담긴 하나님 사랑 전해지길
송요셉(28)·김유림(26)씨는 커플 인스타그램인 ‘솔라커플’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발령으로 칠레에서 근무하게 된 송씨와 한국에서 머무는 김씨는 이른바 ‘롱디(장거리를 뜻하는 롱디스턴스) 커플’이다. 두 사람의 일상을 담은 영상은 많게는 300만회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1만8000㎞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행복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두 사람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화면을 통해 성경을 읽는 상대를 지긋이 쳐다본다.
김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해져 서로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연인의 모습이 담겼다고 생각했고 댓글을 보니 예상이 적중했다”며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우리가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 즉 아가페가 연인 관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SNS를 운영하게 된 것은 송씨의 해외 발령이 결정 난 무렵인 지난 5월이었다. 김씨는 “우리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선하신 하나님에겐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SNS는 두 사람이 지키는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공간이 됐다. 둘은 성적 흥분을 높이는 제품과 관련한 협찬을 거절했던 경험을 통해 혼전순결을 지키고 있다는 점도 알리며 “결혼하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열었을 때 엄청난 기쁨과 감사를 느끼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운영하던 커피숍을 잠시 내려놓고 현재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룹홈과 베이비박스 등 취약계층 아이를 위해 오랜 기간 해온 봉사를 더 실질적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두 사람은 “커플명인 ‘빛과 소금’처럼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내년엔 다섯째 낳자’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며 가족 유튜버로도 활동하는 하준파파(본명 황태환·33)와 하준맘(본명 박미연·33)은 SNS를 통해 다산 장려 부부로 알려져 있다. 하준맘은 “내년엔 다섯째를 낳을 것”이라는 말을 수시로 공유한다. 지난 10월 말 ‘다섯째를 위한 남편 설득 영상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몸은 너무 힘들어도 애들 덕분에 행복하다. 이 돌 촬영이 마지막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내후년 목표로 한 번 더 마지막 돌 촬영하자”며 또 아이를 낳자고 요구한다.
2025년 감사일기엔 ‘간절히 원한 막내딸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미리 써 두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출산한 아들을 포함해 자녀 3명을 키운다. 2020년 당시 생후 5개월 둘째 아이를 급성 심장마비로 떠나보냈지만, 고난을 극복하며 아동 후원 결연에 힘쓰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동화책 ‘떠나 봐요 생명의 모험’을 지난해 10월 출간했다. 하준맘은 “‘넌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너의 소중함에 작은 흠도 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준맘은 ‘이웃이 식구가 되는 모임’이라는 봉사 모임을 결성해 SNS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이달 초 보육원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하준파파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이나 방송에서 ‘결혼은 곧 지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돼 있고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결혼은 사랑에 대한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사랑은 오래 참고’(고전 13:4)라는 말씀처럼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조차 귀하다. 주변에 행복하게 살아가는 어른을 보며 우리가 배웠듯, 저희도 결혼이 행복하다는 인식을 많은 분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312만 지켜본 감동의 결혼
전신 마비 유튜버 박위(37)는 지난달 초 아이돌그룹 출신인 송지은(34)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기독교식 예식을 올렸고 그 모습은 박위가 운영하는 유튜브 ‘위라클’에 올라와 312만명이 지켜봤다. 결혼식은 기도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박위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라는 말씀을 읊은 뒤 “10년 전 전신 마비 진단을 받았을 때 하나님의 존재로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남은 제 삶에 인생의 동반자를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고, 송지은도 “내 삶을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편과 함께 이웃을 섬기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작은 교회로 살아가겠다”고 화답했다. 주례를 선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는 성혼선언문에서 “쉽게 가정이 깨어지고 젊은이가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두 사람이 놀라운 감동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축복했고 두 사람은 “아멘”으로 동의했다.
박위와 송지은은 구독자 10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에서 연애담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드러낸다. 송지은은 휠체어 탄 남자친구와의 만남에 주변에서 “대단하다” “천사 같다”고 칭찬하곤 하지만 “장애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자친구가 보여준 ‘나누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듣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깜짝 프러포즈 이벤트 후 함께 기도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이혼하고 싸우고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방송만 보다가 따뜻한 미소 같은 두 사람을 보니 ‘이게 사랑이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반응했다.
다양한 사례 환영… 대화·토론의 장 되길
기독교인 커플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당당히 드러내는 현상은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이른바 ‘N포세대’에게 누군가와 사랑하며 가정을 일구고 자녀를 출산하는 것을 고민할 기회를 자연스레 선사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강진구 고신대(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독교인 커플이 SNS에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은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신앙 안에서의 연애와 결혼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남과 여, 결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긍정적인 사례가 많이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임주은 문화선교연구원 연구원도 “신앙과 삶을 구분하는 과거 이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기독교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 세상에 던져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기독교인 커플의 삶 그대로를 개개인 삶에 적용해 따라하기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성숙한 대화와 토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임 연구원은 “혼전순결이란 주제에 대해 ‘해라, 하지 말아라’ 식으로 다루기보다는 그에 대한 필요성과 이유를 책임이나 성숙한 관계와 연결해 설명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며 “SNS를 운영하는 개인뿐 아니라 교회나 기관에서도 필요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