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써 내려간 찬양… 장애 넘은 감사를 노래하다

입력 2024-11-28 03:04
김병훈씨가 지난 25일 충남 서산시 자택 침대에 누워 어머니와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몸이 점점 굳어가는 근이영양증으로 온종일 인공호흡기를 끼고 침대에서 생활하는 김병훈(30·서산이룸교회)씨에게 인터넷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다. 그런 김씨가 최근 직접 만든 찬양을 유튜브에 올리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눈알의 움직임과 연동된 ‘안구 마우스’를 활용해 가사를 썼고 작곡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자작곡 ‘곁에 계시는 하나님’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혼자 서 있다가도 친구 같은 하나님 아버지, 내 마음속에 항상 계셔. 아무도 모르는 마음 알고 계시는 분.”

지난 25일 충남 서산시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침대 앞에 놓인 모니터를 보며 작사에 여념이 없었다. 안구 마우스로 커서를 움직였고 오른손 검지로는 마우스를 클릭해 가사를 입력했다.

인공호흡기 너머로 나지막하게 입을 연 김씨는 “심심할 때마다 한 곡씩 만든 게 벌써 16곡 정도 됐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어머니 서승현(60) 서산이룸교회 권사는 “병훈이가 만든 찬양을 듣는데 아들이 이토록 깊이 하나님을 알고 있었던가 싶으면서 마음이 편해지더라”며 반색했다.

그는 네 살 때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근육 조직이 약해지며 수축한 뒤 퇴화하는 증상을 보인다. 모태 신앙인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신앙이 크게 성장했다. 그는 “그때 왠지 예수님 사랑이 가슴에 와닿았다”며 “초등학생 때 한 두어 번 ‘왜 날 이렇게 낳았냐’며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신앙으로 나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부모님 덕에 이만큼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족은 그의 버팀목이다. 두 살 위인 형은 김씨에게 더할 나위 없는 멘토다. 좋은 교사를 만난 것도 복이다. 이런 도움으로 일반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김씨는 ‘내게 강 같은 평화’처럼 좋아하는 찬송가를 들으며 불안감을 이겨냈다. 지금보다 손 움직임이 좀 더 자유로웠을 때는 그림을 그리거나 웹 소설을 쓰며 장애에 맞섰다.

현재 그는 매 끼니를 유동식에 의지해야 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불편해졌지만 늘 긍정적이다. 그의 곡이 밝고 경쾌한 이유다.

서 권사는 “병훈이가 하나님을 만나 긍정적으로 살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며 “목사님들과 권사님들께서도 함께 기도하고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백종석 서산이룸교회 목사도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오랫동안 집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병훈이의 상황을 잘 알기에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었다고 들었을 때 너무 놀라웠다”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병훈이를 생각하니 감사와 감동, 기쁨이 넘쳐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제게 하나님은 편안함을 주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가려운 곳을 제대로 못 긁을 때 힘든 걸 빼고는 딱히 힘든 건 없어요. 이야기를 구상하며 글을 쓸 때 가장 재밌고 행복해요. 조만간 로맨스 소설도 한 번 써보려 합니다.”

서산=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