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번째 거부권에… 민주, 與 자중지란 노려 재표결 연기

입력 2024-11-27 00:4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25번째로 꺼낸 거부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28일로 계획했던 재표결 일정을 다음 달 10일로 늦췄다. ‘당원 게시판 논란’ 등으로 자중지란 중인 여당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점을 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김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이 여전히 위헌성을 띠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건의했다. 한 총리는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는 야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대상을 일부 축소했다고 하지만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을 훼손한다는 본질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특검법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으로 수사 대상을 좁혔다.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3자인 대법원장이 갖도록 하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담았다. 김 여사 특검법은 21대와 22대 국회에서 각각 발의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성토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뻔뻔하고 가증스럽다”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로 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여당, 야당이 총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재의결 날짜를 예정했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하겠다고 생각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을 주시하며 최대한의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찾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28일 표결에 부칠 경우 현실적으로 가결 정족수(200석)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도 예정보다 늦춰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보고키로 했다.

박장군 이경원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