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수출 악화 등을 이유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2.2%에서 0.4%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으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글로벌 IB 업계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 리스크’ 등의 이유로 한국은행의 내년 경제 전망도 1%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아시아 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는 26일 서울 종로구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열린 ‘2025년 한국 거시경제 전망’ 간담회에서 수출 둔화와 이에 따른 투자 지연, 감소의 영향으로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1.8%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약화는 하반기 이미 시작됐고 이에 따라 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은 0.1%로, 자체 예상치(0.5%)를 크게 밑돌았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확장재정 정책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올해에 비해 긴축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내년 말 2.25% 수준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금리가 동결되겠지만 전제적으로 비둘기파(통화 정책 완화 기조)적인 신호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 중 1450원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다른 글로벌 IB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연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JP모건 노무라 등 IB 8곳이 밝힌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0월 말 기준 평균 2.0%에서 현재 1.9%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28일 함께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반영해 내년도 경제전망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현재 내년도 경제 전망은 트럼프 당선 전 내놓은 수치”라며 “트럼프 당선이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여지를 고려한다면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 물량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상황이 좋지 않아 이런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1% 후반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 전망도 얼어붙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10월(101.7)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활용한다.
종합적으로는 100을 넘겨 낙관적 전망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만 향후경기전망지수가 74로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지난해 11월(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하락 폭을 따지면 2022년 7월(-19포인트)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대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미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수출이 둔화하고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김현길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