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의 책임론이 불거진 결과다. 우리금융은 조 행장을 제외한 차기 행장 후보 중 최종 후보를 선정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26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조 행장은 최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 은행장 후보 롱리스트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후임 은행장을 선임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조 행장은 손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 사건을 보고받고도 금융 당국에 보고를 지연한 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 검찰은 우리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이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400억원대 부당 대출을 내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조 행장은 안정적인 경영 실적에도 부당 대출 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금융은 이번 주 최종 행장 후보를 발표한다. 현재 후보군은 김범석(58)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57)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57)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56) 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57) 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57) 은행 기관그룹 부행장 6명으로 알려졌다.
모두 50대 남성으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3명씩 동률을 이뤘다. 김 부행장 박 부사장 조세형 부행장은 상업은행, 이 부사장 정 부행장 조병열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2001년 두 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우리은행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양쪽 출신이 번갈아 행장 자리에 올랐다. 다음 달 물러나는 조병규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자추위가 지난해와 달리 차기 행장 후보군인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깜깜이’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차기 행장의 롱·숏리스트를 모두 공개했다. 절차적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