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제기된 대선 불복 시도와 기밀문서 유출 혐의 등 2건의 기소에 대해 특검이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대선 승리로 사실상 모두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25일(현지시간) 6쪽 분량의 서면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대선 당시 선거 결과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내용의 기소를 기각해 달라고 워싱턴DC 연방판사에게 요청했다. 스미스 특검은 “헌법은 피고인이 취임하기 전에 이 사건을 기각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판사는 특검의 기각 요청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 관련 기소에는 대규모 선거 사기가 있었다는 거짓말과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을 선동하는 연설을 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스미스 특검은 곧이어 제11순회 항소법원에도 트럼프가 퇴임 뒤 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보유했다는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를 공동 피고인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스미스 특검은 기소 기각 요청 배경과 관련해 미 법무부의 지침을 인용했다.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 기소를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간섭으로 보고 재임 중인 대통령은 기소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특검이 기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취임 전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스미스의 이런 조치는 집중 수사와 2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2020년 대선 결과를 되돌리려는 트럼프의 노력이나 퇴임 후 플로리다 자택에 수많은 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보관했다는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민주당이 정적인 나를 상대로 한 싸움으로 1억 달러가 넘는 세금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해당 기소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 무기화’에 따른 부당한 기소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2건의 기소 기각 요청으로 트럼프가 기소된 4건 모두 사실상 사법 절차가 중단됐다. 트럼프는 두 사건 외에 조지아주에서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로, 뉴욕시에서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과 관련해 각각 기소된 바 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은 유죄 평결까지 내려졌지만 담당 판사가 최근 형량 선고를 공식 연기했다. 공소를 기각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조지아주 사건은 수사를 맡은 특검과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연인 관계인 것이 드러나며 재판이 중단됐다.
스미스 특검은 다만 2029년 트럼프 퇴임 뒤 다시 기소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기소를 기각한 판사도 “대통령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은 퇴임 시 만료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임 중 ‘셀프 사면’을 시도할 수 있고, 공소시효 문제도 걸려 있어 퇴임 뒤 다시 기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