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LTE·5G(5세대 통신) 원가 정보 공개를 두고 시민단체와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끝내 패소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요금 원가 산정 근거 자료 공개를 코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본격적인 정보공개청구 절차에 돌입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지난 20일 과기정통부를 대상으로 전기통신사업회계분리기준에 따라 제출된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이동통신 3사 서비스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요청 자료에는 이동통신 3사의 영업통계명세서, 영업통계,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영업외손익의 역무별명세서 등이 포함됐다. 참여연대 요청 자료는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던 것으로 지난 31일 확정된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일 참여연대가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낸 ‘5G 서비스 이용약관 인가 신청 자료’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을 별도의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9년 과기정통부에 SK텔레콤의 LTE·5G 요금제 인가 신청 관련 자료와 통신요금 원가 산정 근거 자료 등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기업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요금 산정에 직접 연관되는 상당 정보를 가리고 일부 정보만 공개했다. 이후 참여연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모두 참여연대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과기정통부가 일부 공개한 정보만으로는 5G 요금제 이용약관 인가 심사 과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여연대가 요구한 요금제 가입자·회선 수, 통화량 등의 자료는 통신사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보가 공개되면 경쟁사업자들이 5G 요금제 전략을 파악해 경쟁상 불리한 지위에 처할 것이란 통신사 주장도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동통신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된다”며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 판결로 공개될 자료가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5G 출시 이후 속도 저하와 끊김 현상 등 통신 품질에 불편을 토로하던 이용자들은 2021년 전후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연이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대부분이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관련 자료는 경쟁업체에 절대 노출돼선 안 되는 영업 비밀”이라면서도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과기정통부에 정보 공개 요청이 들어오면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