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 화해했다지만… KDDX 경쟁은 내년에야 종지부

입력 2024-11-27 02:01
연합뉴스

‘K-방산’을 이끄는 HD현대와 한화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일단락하기로 했지만 물밑 경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론적으로 두 회사 중 하나는 고배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오너의 결단으로 서로 고소를 취하하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방향타를 쥔 정부는 갈피를 아직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26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입찰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며 서로를 향해 날린 고소를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KDDX 입찰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000t급) 6척을 발주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기술 자존심을 건 숙원 사업으로 여기고 있어 어느 한쪽도 입찰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KDDX 사업자 선정 주체는 정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KDDX 사업 입찰 자격에 해당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대한 현장 실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방산업체 지정을 단수로 할지 복수로 할지 가닥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산업부가 방산업체를 복수로 지정할 경우 방위사업청은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중 한 가지를 입찰방식으로 선택해야 한다.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는 것으로 결정 내리면 한화오션 측을 적절하게 설득해야 한다. 만약 경쟁입찰을 하게 되면 양측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잡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연내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방사청의 KDDX 사업 입찰방식 결정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최종 사업자 선정은 내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의 판단이 늦어질수록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한국 방산의 ‘원팀(One-team) 협력’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했던 군사기밀 유출 관련 고발장을 취소했다. HD현대중공업도 그로부터 3일 뒤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와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취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고소를 취하하는 데까지는 ‘오너의 친분’과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 양측을 ‘방산 라이벌’로 부르는 것과 달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함정 MRO 시장을 비롯한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위해선 국내 기업들이 협력하며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