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대표가 경쟁적으로 ‘민생’을 외치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격차 해소’를 어젠다로 앞세우면서 민생 드라이브를 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월 위기설’을 낳았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일단락되자 민생 행보 보폭을 더 넓히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발의 국민보고회에서 “오늘 보고회는 국민의힘과 정부가 노동 약자들의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겠다는 다짐의 자리이자 노동 분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의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세력이 아니라 노동의 약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근로기준법 미적용 노동자를 위한 ‘기댈언덕법’(노동약자지원법 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에 속하지 않은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행정 지원 근거 마련이 핵심이다.
한 대표는 이에 앞서 ‘지방시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성장 동력’을 주제로 열린 여당 초선 의원 모임에서는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해소가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당 최고위원회의장 배경 걸개 문구도 ‘민생 살피겠습니다. 경제 키우겠습니다’로 교체하며 민생 총력전을 예고했다.
지난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로 한고비를 넘긴 이 대표는 다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는 이날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을 열고 “민생의 핵심은 경제인데 정부가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상법 개정을 하지 않는 것은 소위 우량주를 불량주로 만들어도 괜찮다는 것 아닌가. 주가조작과 통정매매 등 온갖 불공정거래가 횡행하는 주식시장에 누가 투자하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상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주당은 기업 이사회의 충실 의무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정부·여당은 물론 재계까지 거세게 반발하자 이 대표는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의) 재판보다 민생에 신경쓰는 게 좋겠다”며 한 대표에게 견제구도 날렸다. 그는 “(한 대표가) 상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또 정부·여당의 태도가 반대로 바뀐 것 같다”며 “그런 문제를 조정하는 게 여당 대표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와 이 대표가 민생 문제를 주제로 조만간 ‘2차 대표회담’을 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분간 이 대표 재판 선고가 없는 만큼 정치적 상황이 무르익으면 민생을 고리로 여야 대표가 만날 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박장군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