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볕에 한숨 돌린 중형 조선업계… 수익성 개선 가시화

입력 2024-11-27 02:13

중국의 저가 공세와 자금·구인난으로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던 중형 선박 업계에 호황의 볕이 들기 시작했다. 총 길이 100~300m 미만 크기의 중형 선박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했고 중국산 후판 수입 증가로 원재료 부담까지 줄면서 중형 선박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한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중형 선박 건조 분야 세계 1위 HD현대미포는 지난 2분기 분기 기준으로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3분기에도 3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약 3년 동안 이어진 적자의 고리를 끊고 올해를 기점으로 연간 흑자까지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경영 정상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관리 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한 대선조선은 지난해 3분기 누적 877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올 3분기에는 114억원까지 줄였다. HJ중공업도 조선 부문이 약진하면서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72억원 규모였던 적자를 개선했다. 지난 2022년 33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대한조선은 올해 상반기 5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상장 준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그동안 중형 선박 제조사들은 호황기를 맞이한 대형 조선사들과 달리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조선사들과의 직접 경쟁에 노출된 탓이다. 국내 중형 선박 업체가 생산하는 중 소형 벌크선, 컨테이너선, 탱크선 등은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 중국 중형선 업체들은 한국 선박보다 10~2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주를 싹쓸이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형 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중형 조선사들의 중형 선박 수주는 35.7% 감소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1~6월 전 세계 중형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가운데 한국의 수주량은 2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형 선박을 포함한 전 선형의 신조선가는 7% 이상 상승했다. 중형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중형 선박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업계 전체로 보면 상황이 나아졌지만 대기업 계열사인 HD현대미포의 수주 비중이 절대적이다. 중형 선박 업계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형 조선사는 전 세계 조선시장에서 중국 독주를 견제하고 국내 기자재 산업 활성화를 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하다”며 “선수급환급보증(RG) 발급과 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