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671개 택배시장은 전쟁터… 풀필먼트 경쟁 본격화

입력 2024-11-26 18:53 수정 2024-11-26 18:59

올해 전국에 구축된 물류센터가 670여개로 집계됐다. 1992년 국내 첫 택배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온라인 배송 활성화로 전국에 물류시설이 급증한 결과다. 배송 속도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커머스사와 택배사는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구축을 통한 배송 서비스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물류창고업으로 등록된 물류시설은 671개로 지난해(601개)보다 11.6%(70개) 증가했다. 2015년 167개에 불과했던 물류시설은 10여년 만에 4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국내 택배시장이 급속도로 커온 배경에는 이커머스의 성장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7년 73조원에서 지난해 162조원으로 확대됐고, 택배 물동량도 같은 기간 23억1000만건에서 51억5000만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알리·테무 등 ‘C(China)커머스’의 초저가 공세로 이커머스 경쟁이 심화된 점이 택배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대비 4.8% 성장에 그친 반면 택배 물량은 22.4% 증가했다. C커머스 상륙이 본격화된 2022∼2023년에만 물류시설은 168개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 나서고 C커머스 이용이 늘면서 택배사들이 물량을 흡수하며 새 동력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1∼2022년 사이에도 73개의 물류시설이 늘었다. 일상을 바꾼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생활물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생필품 구매가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됐고 2020년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의 취급 품목도 식품까지 다양화됐다.


택배 시장을 키운 건 업체 간 치열한 속도·가격 경쟁이다. 택배사는 물류 인프라,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물류 인프라를 통합했고 인공지능·로봇 등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물류센터 구축으로 효율화를 추진했다. 물류 시설도 대형화됐다. 1만㎡ 이상의 물류시설은 2019년 33개에서 올해 106개로 증가했다. 최근엔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 다크스토어 등으로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도 물류 거점이 마련돼 당일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자는 이커머스의 성장과 택배 시장의 경쟁으로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과대포장, 일회용품 사용 증가 등의 부작용도 낳았다”며 “재활용·재사용 등 순환 비즈니즈 모델 확산에 대한 관심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류센터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은 기업들의 고민거리가 됐다. 이커머스 시장이 정체된 점도 비용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 가운데 유통사와 택배사의 전략적 협업도 이뤄졌다. 최대 물류기업 CJ대한통운을 거느린 CJ그룹과 이마트·G마켓·SSG닷컴 등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갖춘 신세계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세계그룹은 배송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비효율을 낳자 SSG닷컴의 물류센터 운영권을 CJ대한통운에 이관하기로 했다.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쿠팡은 택배 시장을 뒤흔들었다. 10년간 6조2000억원가량을 투자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쿠팡은 자사 직매입 상품의 로켓배송을 넘어 3PL(제3자물류)과 풀필먼트 서비스에 나서면서 택배 시장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쿠팡은 내년부터 ‘로켓그로스’를 통해 수익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시작한 로켓그로스는 오픈마켓 셀러가 쿠팡풀필먼트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보관·재고 관리, 포장, 배송, 반품 등 전 물류 과정을 쿠팡이 대행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무료 정책으로 판매자를 끌어모은 만큼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일부 비용을 판매자에게 부과할 방침이다. 이는 상품·배송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이커머스의 절대 강자가 된 쿠팡이 택배 물동량 면에서도 경쟁사에 앞서면서 두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며 “다만 CJ대한통운이 신세계·네이버 등과 협업을 강화하고 내년부터 365일 배송에 나서기로 하면서 택배 시장이 양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