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비혼 출생

입력 2024-11-27 00:40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1992년 1.74명으로 당시 한국(1.76명)보다 낮았다. 30년 후인 2022년 출산율 1.8명으로 저출생 추세의 한국(0.78명)과 2.3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비혼이든 기혼이든 자녀를 둔 가정에 출산·육아·가족수당과 지원금 등을 동일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생아 중 혼외 커플 자녀 비중은 63.9%나 된다. 신생아 3명 중 2명이 법적 부부가 아닌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다. 프랑스뿐이 아니다. 영국 49.0%, 미국 41.2%, 호주 36.5%로 비혼 출생 비율이 한국(4.7%)을 크게 웃돈다.

우리나라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이 42.8%로, 2014년 30.3%와 비교해 12.5% 포인트 늘어났다. 지난해 출생아 23만명 가운데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에 달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인데, 신생아 20명 중 1명이 혼외자였던 셈이다.

해외에서는 배우 휴 그랜트, 아널드 슈워제네거, 니컬러스 케이지처럼 비혼 출산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2020년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가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텄다.

최근 배우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가 지난 3월 낳은 아들의 친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교제한 사이는 아니며 결혼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성은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통적 가족관에 비춰보면 비혼 출산에 곱지 않은 시선이 더 많지만, 저출생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흐름은 인지해야 할 것 같다. 젊은층의 인식이 변하고 있고, 혼외 출생아가 늘고 있으며, 가족의 형태보다 아이를 중심으로 지원하니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정우성이 쏘아 올린 비혼 출산 논란이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