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권장사항… 자족·구제 통해 신앙 균형 잡아야

입력 2024-11-27 03:02
게티이미지뱅크

20대 기독청년 A씨는 최근 코인 투자에 도전했다가 수백만원을 잃었다. “‘코인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불안했다”는 그는 신용대출까지 받아 투자금을 마련했지만 실패 후 빚만 떠안게 됐다. 손실을 만회하려다 SNS를 보고 ‘불법 대출 현금화’ 서비스까지 받았다.

고금리부채 청년을 대상으로 무이자 대출 사업 등을 펼치는 기독시민단체 희년은행엔 A씨와 같은 피해자들의 상담 신청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 김재광 희년은행 센터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자에 실패한 뒤 상담을 요청하는 청년이 근래 부쩍 늘고 있다”며 “크리스천 청년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투자를 둘러싼 기독청년들의 높은 관심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독청년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절반(53%)이 주식이나 펀드 등 재테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청년들은 또 암호화폐(11.9%)와 부동산(10.3%) 투자에도 관심이 높았는데 10명 중 6명(67%)은 “돈은 행복의 조건”이라고 답했다. 조사는 19~35세 기독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 열풍 속에서 기독청년들이 참고할 신앙의 이정표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주식과 코인을 어떻게 다룰지 신앙적 가이드 없이 청년들이 경제적 생존과 신앙생활 사이에서 균형보다는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게 사역자들의 중론이었다(국민일보 11월 26일자 33면 참조).


성경은 재물에 대해 상반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도서 11장은 “돈이 있으면 무역에 투자하라”(1절·새번역) “투자할 때는 일곱이나 여덟로 나누어 하라”(2절·새번역)며 지혜로운 분산 투자를 권장한다. 반면 마태복음 6장 24절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성경이 물질적 풍요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건 아니다. 예수는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마 19:23)고 했지만 잠언(10:4)은 “손을 게으르게 놀리는 자는 가난하게 되고 손이 부지런한 자는 부하게 된다”고 말한다.

현대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도 성경은 다른 길을 제시한다. 적지 않은 청년들은 이른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을 꿈꾸지만 사도 바울은 자족의 자세로 경제적 자유를 누렸다고 했다. 그는 “배부름과 배고픔에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빌 4:12)며 경제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믿음을 강조했다.

목회자들도 돈에 대한 집착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는 “돈은 숨 쉬는 데 필요한 공기와 같다”면서도 “그러나 공기를 위해 사는 사람은 없다. 부하려 하는 자는 시험과 올무에 빠질 수 있다”(딤전 6:9)고 선을 그었다.

투자에 관해선 단기 투자를 경계하란 제언이 나왔다. ‘돈 걱정 없는 크리스천’(두란노)을 쓴 김의수 돈걱정없는우리집지원센터 센터장은 “단기 수익을 냈을 때 감사로 투자를 마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히려 저축이나 월급을 우습게 여기는 식으로 경제관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 청년들에게 적은 돈을 굴릴 계획을 세우기보다 자기개발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돈에 대해 성경적으로 돌아봐야 할 중요한 요소 중에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돌봄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님은 “너희 동족 가운데, 아주 가난해서, 도저히 자기 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너희의 곁에 살면 너희는 그를 돌보아 주어야 한다”(레 25:35·새번역)고 명령한다. 이른바 희년 정신이다. 김재광 센터장은 “청년들이 물질의 압박 속에서 신앙적 균형을 잃지 않도록 교회가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성 손동준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