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10~20% 수준의 보편 관세 도입을 내걸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들고 나왔다. 중국에 대해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감안하면 추가 관세가 10%에 그칠지 의문이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국에도 고율의 관세를 적용한다면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더 기민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낮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생활고를 악화시킬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 기조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관세공약이 단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이유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국제 무역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관세 폭탄을 실제 터뜨릴 기세다. 앞으로 4년간 또다시 트럼프 시대를 견뎌야 하는 우리로서는 담담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상식과 예측을 뛰어넘는 트럼프지만 대응법이 없는 건 아니다.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을 즐기는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정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정상회담이든 전화통화든 자주 접촉해야 한다. 트럼프가 애청하는 폭스TV를 통해 한국의 성장과 한·미동맹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미국민들에게 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맹, 비동맹을 가리지 않고 관세폭탄을 터뜨린다면 한국도 피해가기 어렵겠지만 최대한 관세인상폭을 낮추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관세 20%를 얻어맞으면 대미수출은 최대 14% 감소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최대 0.2% 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게 산업연구원의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할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