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18> 모세

입력 2024-11-26 03:08

나일강은 알았겠지요
애굽의 하셉수트 공주와 눈 마주치던
갈대상자에 담긴 애원의 눈동자를
호렙산 떨기나무의 타오르는 불꽃으로
애굽의 열 신을 훼파하고
검은 사신의 옷자락으로
파라오의 장자의 얼굴마저 덮어버린
그날 밤의 서슬 퍼런 전율과 비탄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호위를 받으며
홍해 바다에 애굽의 병거와 군사들을 수장시킨
불과 바람의 전사여
사막의 모래폭풍을 뚫고 기나긴 여정을 이끈
거인의 발자국이여
핏빛 나일강물에서 건짐을 받아
광야를 지나 느보산까지
액소더스의 길을 내었던
불꽃으로 새긴 십계의 대서사시여
내 마음에 흔적을 남겨준 광야의 스토리여.

시인(새에덴교회)

드디어 모세다. 모세는 그 노년의 생애가 여호와의 대행자였고 출애굽 엑소더스(대탈출)의 인도자였다. 모세에 이른 시인의 성경 인물 시는 사뭇 박진감이 있다. 모세는 인간 가운데 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마치 '친구'처럼 대화한 유일한 존재였다. 유대교 전통에서 가장 위대한 예언자이자 교사로 추앙받고 있으며 서구 기독교에서는 유대교를 모세교 혹은 모세신앙으로 일컫기도 한다.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은 모세오경의 저자이며 서구 문명과 사회적 윤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인은 나일강 갈대 상자, 호렙산 떨기나무 불꽃, 홍해의 기적 등을 소환해 구약성경 들머리에서 만나는 감격과 재미와 믿음의 '대서사시'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시인의 마음에도 흔적을 남긴 '광야의 스토리'다. 시인은 그 모세의 생애와 위업을 짧은 문면(文面)으로 노래하면서 그를 전사(戰士)요 거인이라 호명했다.

-해설 : 김종회 교수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