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숨막히는 택배 ‘노사논쟁’… “가혹해” VS “부풀려”

입력 2024-11-26 00:03

택배 시장 성장세 속에 ‘노사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측은 택배기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사들은 과도한 노동량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실제 심야 로켓배송을 업무를 하다 숨진 쿠팡CLS 기사 고 정슬기씨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부각된 택배업계 ‘노사 논쟁’ 쟁점을 25일 살펴봤다.

택배업체는 대부분 직고용이 아니라 택배기사를 고용한 업체(대리점)와 계약을 맺는다. 업체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들과 계약을 맺는다. 즉 택배기사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지위다. 쿠팡CLS의 경우 대리점 계약 기사는 1만3000명, 직고용은 7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노사 대립 중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배송 2순환제다. 2순환제란 오전에 물건을 싣고 담당 구역을 돈 뒤 오후에 또 물건을 싣고 같은 구역을 도는 것이다. 빠른 배송을 위한 것으로 쿠팡에서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2순환제와 긴밀히 맞물려 있는 게 분류 작업이다. 택배기사는 분류 작업만 없어도 2순환제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입차(물건을 탑차에 싣는 것)에 드는 시간도 적지 않은데, 동선에 따라 구역별로 물건을 분류하고 입차하려면 시간이 배로 든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신선식품 정시(오후 8시) 배송율, 프레시백 반품 회수율을 반영한 이른바 ‘클렌징(배송 구역 회수)’ 압박감까지 더해지니 정슬기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쿠팡CLS는 당시 택배사로 분류되지 않아 2022년 대규모 택배기사 파업으로 맺어진 사회적 합의에 따른 주 60시간 노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쿠팡 CLS 측은 “수천명의 분류 전담 인력에 의해 배송구역 별로 롤테이너에 분류된 상품을 1~2명의 배송 기사가 배송 동선에 따라 적재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소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배송시간 제한을 지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구역조정 등 불이익이 없었고 2025년 1월부터 계약서 관련 조항도 일부 수정해 이를 명확히했다”고 했다.

대한통운은 ‘주 7일제’ 도입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한통운 측은 주 7일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택배기사들의 주5일제를 보장하며 휴식권 침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노조 측은 회의적이다. 합의에 따른 주 60시간 노동을 주5일에 소화하려면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측에서 해법으로 제시한 4인 1조 주말 순환 근무 또한 1명이 네 구역을 하루에 돌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