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존중하지만 수긍 어려워”… 당혹스런 與, 민생에 무게추

입력 2024-11-26 00:2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원론적으로 재판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고비를 넘긴 민주당이 대여 공세를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은 당분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공세 보다는 쇄신·민생 행보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이 대표 1심 선고 직후 “수긍하기 어렵지만 존중한다”며 “민주당은 11월 15일의 (공직선거법) 징역형 유죄 판결도 존중하길 바란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는 입장문을 냈다.

위증교사 사건 무죄 가능성을 낮게 봤던 국민의힘은 항소심에선 결론이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위증교사 정범) 김진성씨가 자신의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며 스스로 위증했다는 상식 밖의 판결”이라며 “상급심 판단에서 반드시 바로 잡힐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 역시 “항소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논평했다. 여기에 대장동·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재판이 남아 있고, 1심 선고가 난 사건들의 항소심도 남아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하지만 다음 재판 선고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부각이 여권에 대한 여론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여당이 쇄신과 민생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판결이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당력을 쏟아 부을 순 없다”며 “민주당도 이제는 이재명 방탄에서 벗어나 민생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이 대표 선고에 대한 입장을 내면서 “이럴수록 국민의힘은 민생에 더 집중하겠다. 구태를 청산하고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직접 키를 잡은 민생경제특위를 띄우고 정책 이슈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이 대여 공세에 집중하면 차별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또 최근 여권을 뒤흔들고 있는 ‘명태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여의도연구원 산하에 여론조사 경선개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다만 현재 당원게시판 사태로 인해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점은 국민의힘에 악재다. 친한(친한동훈)계 일각에서는 이날 선고로 당원게시판 사태 잡음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친한계 한 재선 의원은 “야당이 대대적으로 공세에 나설 것이 뻔한 상황에서 당이 자중지란에 빠져서는 답이 없다”며 “소모적인 이슈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현수 정우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