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뒤 열흘 만에 열린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중형 선고 시 당내 리더십은 물론 대권 주자 입지마저 흔들릴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검찰은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진성씨는 일부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2002년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가 고(故) 김병량 전 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씨에게 “당시 시장 측과 KBS 사이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다”는 내용의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게 주된 혐의다.
쟁점은 2018년 12월 22일과 24일 이 대표와 김씨 간 통화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일방 주장을 반복 설명하면서 주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사실대로 말해 달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손을 들어주면서 “통화에 나타난 증언 요청 방식은 이 대표가 필요로 하는 증언이 무엇인지, 김씨가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건 무엇인지 확인하는 형태의 통상적 요청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요청이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피고인으로서 행사 가능한 방어권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선 “법정에서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협의 내용 등에 관한 사실을 마치 김 전 시장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는 것처럼 위증했다”며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의 통화 내용은 위증교사로 볼 수 없고, 변호인 면담·통화를 거쳐 김씨가 위증에 이르는 과정에 이 대표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직접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선고 직후 “김씨가 이 대표 부탁으로 허위 증언했다고 자백했고, 재판부가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번 선고로 야당 내부 결속이 강화되면서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게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정부와 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1월 15일 (선거법 사건) 징역형 유죄 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형민 송경모 이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