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金 통화 분석한 법원 “고의로 위증 요구했다 보기 어려워”

입력 2024-11-26 00:26
국민일보DB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인 김진성씨의 30분 분량의 통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의 증언 요청은 교사 행위라고 평가하면서도 교사의 고의성은 까다롭게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가 위증을 하긴 했지만 이 대표가 통화 당시 김씨가 위증할 것을 알았다거나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25일 105쪽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김씨 위증의 주요 동기는 이 대표가 통화에서 한 증언 요청”이라면서도 “통화 당시에 증언 여부나 어떤 증언을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김씨에게 ‘김 전 시장과 KBS 간에 최철호 전 KBS PD 고소를 취하하고 이 대표를 검사사칭 주범으로 몰기로 하는 협의가 있었다’는 증언을 교사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최씨와 검사사칭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는 검사사칭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씨의 당시 재판 증언 중 “김 전 시장에게서 ‘KBS 측 고위 관계자와 고소 취하 협의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증언, 협의 시점을 ‘이 대표 구속 전’이라고 특정한 증언 등은 위증이 맞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이 같은 위증을 요구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핵심 증거인 2018년 12월 22일 통화에서 이 대표는 김씨에게 성남시와 KBS의 협의를 언급하며 “내가 타깃이었던 점을 얘기해주면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너무 오래돼 기억도 잘 안 난다”면서도 필요한 부분을 말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명시적으로 거짓 사실을 증언 요청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KBS와 김 전 시장 간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모는 합의’ 자체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김씨가 해당 합의를 ‘모른다’고 한 이후엔 이 대표가 증언을 요청하지 않은 점 등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해당 합의에 관해 반복 설명하고 관련 증언이 필요하단 취지로 말했다는 것만으로 위증 교사로 평가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등의 발언에 대해선 “허위 증언 요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전해 들어 아는 내용은 그대로 말해달라’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위증 결의는 이 대표와 통화 이후 이 대표 변호인 신모씨와의 통화·면담, 진술서·증인신문 사항 작성 등을 통해 구체화했다고 봤다. 그러나 “진술서 초안 및 수정본 작성 과정에서 이 대표가 ‘누명을 썼다’는 취지가 강조된 수정본 작성을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김씨와 신씨의 통화, 증인신문사항 작성 등에도 이 대표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