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한다더니 2년째 감감무소식이다.” 2차 전지 공장 투자 계획을 밝힌 한 업체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 A씨는 “2차전지 공장에 투자한다더니 후속 공시 없이 주가는 1년 사이 반 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인기 테마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공시한 후 주가 띄우기에만 활용한 ‘무늬만 신사업’ 업체가 올해도 다수 적발됐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7개 테마업종(2차전지·신재생에너지·AI·로봇·가상화폐·메타버스·코로나)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86개사 중 사업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회사는 59개사(68.6%)에 그쳤다. 이 중 16개사(18.6%)에서 관련 매출이 있으나,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한 경우는 8개사(9.3%)에 불과했다. 사업추진 내역이 아예 없는 회사도 27개사(31.4%)였다. 11개사는 미추진 사유 자체를 누락했으며 나머지는 검토 중(5개사), 경영환경 변화(4개사) 등을 사유로 기재했다.
신사업 미추진 기업은 재무·경영 안정성, 내부통제 등이 미흡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다년간 영업손실(13개사)이 나거나, 최대주주가 변경된 사례(13개사)도 있다. 횡령·배임과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9개사)하고, 공시 지연 건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경우(11개사)도 많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신사업 진행 경과 등을 정기보고서에 기재하도록 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유망 테마사업 등을 활용해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거래를 시도하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한 이후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는 총 131개사로, 2차전지(56개사)와 신재생에너지(41개사)가 가장 많았다.
금감원은 최근 1년(지난해 7월 1일~지난 6월 30일)간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삭제·수정한 상장사 178개사, 지난해 점검 시 기재부실이 삼각했던 146개사 등 324개사를 대상으로 반기보고서를 점검·분석했다. 사업목적 현황과 변경 내용, 추진현황 등 공시 작성 기준을 모두 충족한 회사는 145개사(44.8%)이며, 179개사(55.2%)는 최소 1개 이상 세부 점검항목에서 기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작성기준에 미흡한 상장사에 보완을 요청하고, 신사업 미추진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조달 시 신사업 진행실적 및 향후 계획을 정확히 공시하도록 중점 심사할 계획이다. 또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 급등 시 최대주주 관련자 등이 주식을 매도하고 사실상 사업 추진을 철회하는 등의 부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면 조사·회계감리를 통해 엄중히 대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도 회사가 신사업을 지속 추진할 수 있는 역량 등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실제 사업 추진 여부와 경과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