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시로 약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종은 최근 아파트값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이기도 하다. 행정수도 이전 및 인구증가, ‘로또 분양’이 맞물리며 청약경쟁과 집값 상승이 이뤄졌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신규수요 감소와 급등한 가격 피로감, 수도권-지방 양극화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인포는 2015년 1월 1일부터 2024년 11월 1일까지 부동산R114의 전국 청약접수 평균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세종시가 46.9대 1로 1위를 차지했다고 25일 밝혔다. 부산(41.6대 1), 서울(36.4대 1), 대전(22.1대 1), 광주(19.9대 1)가 뒤를 이었다.
세종의 높은 경쟁률은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고, 의무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책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도램마을 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는 전용 59㎡가 분양 당시 기준으로 8년 전 가격인 1억4000만원대에 분양돼 시세보다 약 3억원 저렴한 ‘로또 청약’으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세종은 최근 아파트값이 1년 넘게 하락하면서 과거의 영광이 빛바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의 아파트값은 올해 11월 18일까지 누적 6.10% 하락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전국(0.13%), 지방(-1.53%) 평균과 비교해도 큰 폭의 하락이다. 또 지난해 11월 둘째 주 이후 53주간 한 차례 보합을 제외하면 모두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종에 거주하는 직장인 권모(35)씨는 “세종은 공무원 도시여서 민간기업도 잘 안 들어오고 인구 유입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과거에 세종 아파트값이 말도 안 되게 오른 감도 있어서 거품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세종시는 2020년에만 아파트값이 44.93% 상승했다. 당시 전국 평균은 7.57%였다.
외지인이 많이 빠진 영향도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세종시의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은 30.5%였다. 전년보다 0.3% 포인트 상승했지만, 2016년 38% 이후 하락추세다. 다주택자 규제 및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외지인 투자가 빠져나간 것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유사생활권인 대전에 공급이 늘어나면서 세종으로의 유입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대전은 올해만 1만여 가구가 공급됐으나 세종은 2022년 12월 한신더휴 조치원 190가구 공급 이후 현재까지 신규 공급이 없다. 대전에 거주하는 신모(36)씨는 “세종은 도로가 엉망이고 최근엔 상가나 아웃렛 등 건물들도 텅텅 비어있다”며 “주변엔 세종에서 살다가 불편해서 대전으로 다시 나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에는 서울 등 수도권 쏠림이 심하기 때문에 2020~2021년 호황기 가격을 견지할 만한 수요 유입이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