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 무소속 친러시아·극우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루마니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민족주의자인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사진) 후보가 개표 99.9% 기준으로 22.95%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9.17%의 득표율을 기록한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가 차지했다.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12월 8일 결선투표에선 제오르제스쿠 후보와 라스코니 대표가 맞붙게 됐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위였던 마르첼 치올라쿠 사회민주당(PSD) 대표 겸 현 총리는 재외국민 투표에서 라스코니 대표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3위(19.15%)로 처졌다.
루마니아 정가는 이번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제오르제스쿠는 유력 후보로 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우 후보 중에선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제오르제 시미온 결속동맹(AUR) 대표가 더 주목받았었다.
제오르제스쿠는 식량·에너지 자급 확대, 농업 지원, 수입 의존도 감소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진정한 지도자’라고 찬양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다. 루마니아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외교의 수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원집정부제인 루마니아에선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만큼 제오르제스쿠의 당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치 컨설턴트인 크리스티안 안드레이는 AP통신에 “(이번 결과는) 기득권에 대한 대규모 항의 움직임”이라며 “더 많은 주류 후보들이 포퓰리즘적 입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