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김민전 최고위원이 25일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기자들 앞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이 충돌하는 장면은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로도 생중계됐다. 정치권에서는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 간 내홍 양상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께서 정당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말씀하셨길래 덧붙인다”며 “제가 당 게시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이유는 정당은 민주적이고 정당의 의사형성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앞서 한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정당 의사결정 과정에서 편법과 왜곡이 개입되면 정당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끄집어낸 것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일부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8동훈’이 있다는 얘기를 언론에 했다”며 “어떻게 ‘8동훈’을 알게 됐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 자료를 일부 최고위원은 보는데 왜 저희는 못 보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앞서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 등은 ‘한동훈’ 명의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 당원이 8명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거론했는데, 지도부 일부만 이를 알고 있는 경위를 밝히라는 취지였다.
김 최고위원은 또 “당에서 ‘한동훈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은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저한테도 사퇴하라는 문자가 무수히 와 있는데 같이 고발해 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최고위원 발언이 끝나자마자 “발언할 때 사실관계 좀 확인하고 말씀하면 좋겠다. 그런 고발을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다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런 기사가 났다”고 했고, 한 대표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한 대표는 나직이 “참…”이라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어 약 15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도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이 아닌 사람들끼리 언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친한계 정성국 조직부총장이 김 최고위원을 향해 “확인 안 된 것으로 말한다”고 비판했고, 이에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이 “최고위원이 이야기하는데 왜 조직부총장이 뭐라고 하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이후 지도부 텔레그램 대화방에 자신이 언급한 기사 링크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최고위 이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고되고 숨통이 트이는 것 같으니 이제 당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려보겠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친윤계를 겨눴다. 그러면서 “당원 게시판은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연 공간이고, 거기에선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강도높게 비판할 수 있다”며 “누가 썼는지 색출하라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고 그 자체가 황당한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