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최근 잇단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와 자체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4일 오후 11시 18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불이 나 장비 20여대를 투입해 화재발생 1시간여 만인 25일 0시 17분쯤 불길을 잡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불이 난 3파이넥스공장은 이달 초 약 3일간 중규모 수리 작업을 마치고 재가동한 뒤 2주 사이 두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0일에도 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3파이넥스공장은 지난 19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현장감식과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조업에 들아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항제철소는 올해만 5차례 정도 폭발과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1월 26일 선강지역 통신선, 2월 15일 석탄 운반 시설, 같은 달 29일 원료 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각각 화재가 났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안전관리 소홀과 파이넥스 공법의 한계 등을 지적한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1990년대 초부터 자체 개발한 고유 제철 기술이다. 원료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한다. 2007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코크스 제조공장과 소결공장을 생략해 기존 고로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쇳물 제조 원가가 낮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용광로에 열풍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드는 고로 방식과 달리 파이넥스는 용융로에 산소를 불어 넣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있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파이넥스공장은 공법 상용화에 성공한 2007년부터 2공장, 3공장 등이 차례로 가동에 들어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9년에는 2파이넥스공장 성형탄 설비에서 불이 나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고 2013년 1파이넥스공장 용융로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2020년 7월에는 2파이넥스공장에서 조업 중 문제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포항 철강산업 관계는 “파이넥스 공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스코가 상용화에 성공한 공법이어서 안전성과 기술 검증 등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외부 감시와 독립적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포항제철소와 인접한 남구 해도동에 사는 한 주민은 “수십년동안 커다란 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다. 크고 작은 사고가 날 때마다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3파이넥스 공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로 인해 걱정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철저한 설비관리와 위험 예지 활동을 통해 안전한 제철소로 거듭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