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작은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30대 청년 S씨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주식 창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올봄 지인의 추천으로 산 미국 주식 종목이 폭등하면서 이틀 만에 220만원을 벌었다. S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원 운영보다 주식 수익이 더 많아지니 주식에 푹 빠지게 됐다”며 “최근 비트코인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주가나 코인 시세가 조금만 떨어져도 일상생활에 집중이 안 된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H씨도 회사 동료의 주식 코인 투자 성공담을 들은 뒤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는 “매달 월급 절반 이상을 저축하고 있는데 ‘투자하면 예적금 이자보다 2배 이상은 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직장 동료들이 주식이나 코인 얘기를 나눌 때 ‘나 혼자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청년들이 코인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엔 저임금과 고물가 등 경제난이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시대에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청년들이 주식이나 암호화폐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재선을 확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 시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청년들의 투자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최근엔 10억원 이상 가상자산을 보유한 국내 2030 청년이 1000명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10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독 청년들도 이 같은 투자 열풍에 휘둘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적 생존과 신앙적 균형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것이다.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는 “주식과 코인을 어떻게 다룰지 신앙적 가이드가 부재한 상황에 올바른 투자 원칙을 제시하는 교회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와 신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원칙을 제안한다. 신성진 머니프레임 대표(서울중앙교회 집사)는 크리스천이라도 얼마든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 대표는 “오늘날과 같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 대표는 투자를 판단할 기준으로 ‘자신의 선택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를 제안한다. 그는 “투자는 대상의 가치를 이해하며 경제적·사회적 기여를 고려하는 경우에 해야 한다”며 “단기적 수익만을 노리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게으른 투자’를 권했다. 온종일 주식창을 들여다보거나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식은 신앙과 삶의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S&P500 같은 글로벌 인덱스 펀드나 우량 기업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크리스천이라면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의 구조적 문제를 간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경준 돈병원 원장(낮은숲교회 집사)은 “주식과 가상화폐의 유통시장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거래는 차익을 노리는 투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며 “이는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성경적 가치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투자 열풍에 휩쓸리기 전 자신의 재정 안정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투자의 목적과 동기를 깊이 점검해야 한다”며 “이윤만을 좇는 투자 방식은 결국 맘몬의 지배를 강화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