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 가운데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조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주니어가 충성파와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아웃사이더 위주로 장관 지명자를 추천하면서 일부 후보의 상원 인준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주니어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족 구성원으로 부상했다”며 “경험이 없는 충성파가 행정부 고위직 후보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직후 대통령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은 내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말대로 내각 인선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한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팸 본디 법무장관 지명자가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했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본디)는 가장 초기 (트럼프) 지지자 중 한 명”이라고 엄호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충성심 위주로 천거한 인사 중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지명자는 백신 음모론자라는 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는 노골적인 친러시아 인사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CNN은 한 공화당 인사를 인용해 “가장 문제가 되는 후보를 꼽으라면 개버드가 1위”라고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천거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국무장관 후보로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추천했으나 트럼프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벤처 캐피털 펀드사인 ‘1789캐피털’에 합류키로 했지만 정치 관련 팟캐스트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또 백악관에서 아버지에게 조언도 할 계획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에게 최근 진보 성향 케이블 뉴스 채널인 MSNBC를 인수하라고 권하는 등 진보 진영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정권 인수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절제된 선거 캠페인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준 수지 와일스 같은 참모들 덕분에 과거만큼 가족의 조언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여론조사에서 60%에 가까운 응답자가 트럼프의 정권 인수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 CBS방송이 유고브와 함께 미국 성인 2232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2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트럼프의 정권 인수 방식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각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해선 ‘좋은 선택’이라는 응답이 44%, ‘나쁜 선택’ 25%, ‘충분한 정보가 없다’ 31%로 나타났다. 케네디 주니어에 대해서도 ‘좋은 선택’ 47%, ‘나쁜 선택’ 34%, ‘충분한 정보가 없다’ 19%로 찬성 여론이 비교적 높았다.
반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의 경우 ‘좋은 선택’ 33%, ‘나쁜 선택’ 28%, ‘충분한 정보가 없다’ 39%였고, 개버드에 대해서도 ‘좋은 선택’ 36%, ‘나쁜 선택’ 27%, ‘충분한 정보가 없다’ 36%로 긍정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